생활경제 유통

남양유업 ‘완제품 분유뜯어 재포장 수출’ 적법 논란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1 18:11

수정 2009.03.11 18:11



남양유업이 국내용으로 생산된 완제품의 뚜껑을 딴 뒤 다시 분유를 섞어 베트남 수출용으로 재포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유 소분(小分)의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일자도 최초 표시를 무시하고 두달가량 뒤인 재포장 날짜로 설정, 유통기한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의 재포장과 유통기한 적시는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지만 수출용의 경우 현지법을 위반했을 때 현지에서만 처벌이 가능해 국내에서는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베트남 등과 같은 후진국의 경우 이런 규제가 마땅히 없어 불법행위가 사실상 방조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멜라민 사태 당시 열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9월 25일 생산된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당시 생산한 아이엠마더 10만8000여캔(800g 기준) 중 일부를 뜯어 70여일 만인 12월 5일 원료첨가 없이 400g캔이 포함된 베트남 수출용으로 재포장했다.

이 중 400g 제품 5만5956캔과 800g 제품 2만2836캔 등 모두 7만8792캔은 지난해 12월 14일 베트남에 수출했다.
나머지 물량도 수출하기 위해 현재 충남 공주공장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용 분유는 소분 문제 없나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완제품의 뚜껑을 딴 뒤 다시 섞은 재포장 행위가 합법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특수용도식품은 이를 소분, 판매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소분이란 법에서 정한 식품의 완제품을 나누어 유통을 목적으로 재포장, 판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분유는 멸균 제품인데다 변질을 막기 위해 질소 충전한 상태로 캔을 개봉하면 효능이 떨어지는데다 재포장 과정에 이물질 등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들의 주식인 만큼 철저한 멸균이 필요해 캔을 뜯어 재포장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유는 통조림과 마찬가지로 개봉한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산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캔을 뜯어 재포장하는 것은 감히 생각지 못하는 행위다”며 “게다가 분유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들의 주식으로 산패 등을 고려해 개봉 후 20일 이내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 당국 역시 소분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재가공 과정에서 영양분이나 원료들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어 완제품을 재가공한다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출용의 경우 현지법에 따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분유업계에서 소분행위는 범죄로 인식돼 왔다”며 “재포장 자체가 이물질 혼입이나 원료 변질 우려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데 수출용 재포장은 이러한 우려가 없다는 것인지, 왜 한국과 베트남 영·유아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용은 유통기한 변조 가능한가

남양유업이 지난해 9월 국내 판매용으로 제조한 ‘아이엠마더’의 생산일자는 ‘2008년 8월’이다.

그러나 이 제품을 뜯어 베트남 수출용으로 재포장한 ‘임페리얼드림XO’는 생산일자가 ‘2008년 12월’로 돼 있다.

이 역시 국내에서는 명백히 불법행위다. 식약청 관계자는 “최초 생산날짜를 설정하지 않고 재포장 날짜로 표기한 것은 유통기한 임의 연장에 해당되며 불법행위다”며 “이 같은 경우에 품목제조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용의 경우에는 현지 법을 따르도록 돼 있어 국내에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약청의 논리대로라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분유업체가 수거해 살균, 멸균 처리 등의 재포장을 거쳐 수출한다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는 수출국 국민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신뢰도 하락도 불러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금지된 소분, 유통기한 임의 연장 등의 행위를 알고도 이들 제품을 수입할 만한 업체는 사기의도가 아니고서는 없다”며 “수입국에서의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출용도 내수 제품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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