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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방통위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3 17:34

수정 2009.03.23 17:34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6일 설립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아직도 방송통신융합산업에 대한 규정조차 안 돼 있는가 하면 방통위의 역할을 규정하는 기본법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어 방통위 기능 파행이 우려된다.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위한 전파법이나 통신요금 인가제를 완화한 전기통신사업법 등도 마찬가지다. 법률을 해석하고 산업에 적용해야 하는 정부의 기본업무를 감안할 때 설립 1주년을 맞는 방통위가 자칫 ‘법률의 덫’에 걸려 융합산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 핵심 업무를 규정하는 중요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공식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방송통신기본법. 방송통신 융합산업의 법적기반을 규정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설치해 융합산업 진흥의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회상정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조직개편으로 업무가 조정된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처들은 대부분 기본법이 국회에 상정돼 입법절차가 진행되는데 방통위는 유독 법안처리가 늦어져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전파법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올 하반기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주파수를 할당하기로 일정을 정했지만 경매제 개념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전파법 개정은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다시 심사할당제로 주파수를 나눠줄 수밖에 없는데 심사할당은 시장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방통위의 결정만으로 주파수를 나눠주게 돼 주파수 정책이 특혜논란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통신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할 경우 방통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역시 국회에 상정되지 못해 통신요금 자율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연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방송광고 사전심의제를 사후심의로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도 아직 빛을 못 보고 있다.

국회 문방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출한 주요 법안들은 정치권의 이해와는 관계없는 법들이고 산업에서는 중요한 법들인데 정치적 이해가 얽힌 법들 틈에 끼어 여태 상정을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국회의 법개정 지연으로 속이 타는 곳은 방송통신 업계다. 당장 사업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하지만 주파수 할당이나 방송통신 산업진흥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업체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4월 열릴 임시국회에서는 국회 문방위가 정치적 이해가 섞이지 않은 산업 관련법을 신속히 상정하고 심사를 진행해 방통위 주요 업무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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