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발행물량, 어떻게 소화할까.
채권시장에서는 추경 발행에 따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약 29조원에 달하는 물량의 소화방안과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으로 인한 시장금리 영향 등에 대한 시각차가 커지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28조9000억원으로 확정된 추경 규모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올해 국고채 발행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 편성에 따른 수급 부담이 증가해 국채 발행이 본격화되는 4월 이후에는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은의 국채 직매입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장 소화 가능한가
현재 정부가 시장 소화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에 따른 머니마켓펀드(MMF) 편입과 한은의 국채 직매입 두가지다.
5년물로 발행될 예정인 FRN은 MMF 편입 시 3개월물로 간주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정작 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FRN을 3개월물로 간주해 MMF에 편입할 수는 있지만 환매요구 시 이를 시장에서 되팔 수가 없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FRN은 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기자금이 몰리면서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는 상황에서 환매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다른 단기물 채권을 팔아서 유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지만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환매리스크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편입 비중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한은 국채 직매입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NH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한은의 국채 직매입은 신용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만 현재 회사채 발행이 잘되고 있는 데다 수요도 많아 한은 국채 직매입까지 동원될 상황은 아니다”며 “오히려 현재 추진 중인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가 시장 상황을 안정시키는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은 직매입 후 한은이 풀린 돈을 회수하는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론 국가 재정이 충분치 않은 데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 경우 나중에 환율이 상승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국채 직매입에 나서는 시기는 추경 발행이 본격화되고 난 후 시장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게 될 시점인 4월 이후에나 나올 카드라는 설명이다.
■취약한 채권 매수기반 기관 입장 엇갈려
문제는 채권 매수기반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국채 직매입에 대한 기대가 커 보이는 이유다.
아직은 채권수급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지난 2006년 이후 평균 156%에 달하던 국고채 응찰률이 최근 10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한은 국채 직매입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한은 국채 직매입 방안이 유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보험, 은행 등 장기투자자들은 국채 직매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와 채권 브로커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좋아지기 때문에 한은 국채 직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를 활용해 시장 소화방안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1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회사채시장 활성화의 물꼬를 열어 채권시장 전반에 ‘온기’를 확산시켜 국고채 소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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