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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윙렛의 비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9 17:03

수정 2009.03.29 17:03



항공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항공기 주날개 끝에 위로 튀어나온 조그마한 보조날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윙렛(winglet)이라 불리는 이 보조날개에는 항공사 로고까지 그려진 경우도 많아 비행기의 광고판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윙렛은 비행기에 매우 중요한 날개다. 과연 윙렛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윙렛의 필요를 낳은 날개끝 ‘와류’

윙렛은 주날개 끝의 거의 수직으로 붙어 있는 보조날개다. 수십톤이나 되는 무거운 쇳덩어리인 항공기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바로 양력 때문이다.

양력은 물체를 하늘로 띄우는 힘을 말하는데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원리를 이용한 힘이다.

항공기 날개를 자른 단면을 보면 윗면은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되어 있고 아랫면은 직선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의 제트추진화, 아음속화가 이뤄지면서 날개는 높은 속도에서 받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개가 뒤로 젖혀지는 후퇴각 형태로 제작되고 날개의 형태도 끝단으로 갈수록 두께와 앞뒤 길이가 좁아지는 디자인을 취하게 됐다. 문제는 이런 주날개에서는 공기의 소용돌이 현상인 와류가 날개끝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와류는 여러 면에서 항공기에 좋지 않다. 우선 날개 끝에서 소용돌이가 치고 있으므로 날개 끝 구조물이 그 바람의 힘을 받아 약해진다. 항공기의 속도가 느려지고 항공기가 커질수록 이 소용돌이도 더욱 커지게 되는데 이는 근접 비행하는 항공기의 비행안전에 치명적이다.

이보다 더 나쁜 점은 날개끝 와류가 양력을 줄인다는 것이다. 와류는 항공기 날개 끝의 층류를 없앤다. 이는 항공기의 상승력과 연료 효율, 그리고 조종 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게다가 날개 끝에서 양력이 사라지는 실속현상이 일어나 날개가 시작되는 부분의 상승을 가져와 기수가 갑자기 들리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래저래 쾌적하고 안전한 조종을 원하는 조종사에게 와류는 골치 아픈 존재일 수밖에 없다.

■윙렛 개발의 역사와 그 효과

이런 날개끝 와류의 부작용과 처방은 이미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기 전부터 여러 전문가에 의해 예견됐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 있기 무려 6년 전인 1897년 영국인 프레드릭 W 랜체스터는 날개 끝에 수직으로 패널을 세우면 날개끝 와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윙렛의 원리를 알아낸 것은 지그하르트 회너 박사다. 그는 1952년 뒤로 휘어진 하향식 윙렛이 와류를 억제하는 사실을 최초로 이론화했다.

날개 끝에 거의 수직으로 선 윙렛은 날개 끝에서 위로 올라오던 와류를 막아 층류로 바꾼다. 또 유도항력이 감소, 연료 효율도 높인다(약 14%의 연료절약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와류를 진정시킴으로써 항공기 주변의 공기흐름을 개선하여 주변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하고 조종 특성을 개선한다.

이 중 연료절약이라는 측면 덕에 지난 1973년의 오일쇼크 이후 윙렛의 실용화 연구에는 박차가 가해졌다. 윙렛이 설치된 여객기 중 대표적인 기종은 에어버스 A340과 보잉 747-400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지면에서 다양한 여객기, 수송기, 글라이더, 경비행기 등이 윙렛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윙렛을 달면 날개의 구조 강도와 중량에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윙렛 제작 및 장착 비용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서 이러한 윙렛도 모든 여객기에 다 달려 있지는 않다.

또 고공을 비행하는 초음속 비행기의 경우 와류가 영향을 미치기도 전에 항공기가 앞질러 가버리므로 윙렛이 필요 없다.
전투기나 곡예비행기 등 거친 비행을 하는 항공기의 경우도 급기동시 오히려 윙렛이 공기저항을 만들어내 기동을 방해하므로 달지 않는다.

(글〓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