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은 추경용 국고채 소화 방안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추가경정예산용으로 발행이 추진되던 변동금리부(FRN)발행이 무산된데 이어 국채 소화를 위해 높은 금리에 무리한 입찰을 허용하면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 기류로 바뀌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조기상환용 국채 발행 유보…눈가리고 아웅하기
정부는 최근 28조9000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재원으로 국채 발행을 16조900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국고채 조기상환용(바이백) 재원 13조6000억원 중 9조6000억원의 바이백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시장관리용 국고채 발행물량 축소는 발행 후 조기 상환에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발행량만 줄어들지 실제 공급량, 즉 순증물량에는 변함이 없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조기상환용 국고채가 예정대로 발행돼도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만기 전의 국고채를 상환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보면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수급대책으로 시장은 실망감을 보이며 금리도 상승세(채권값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5년물 국고채 중심으로 상승폭이 큰 모습을 보였다.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26일 4.609%를 기록해 전날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특히 적정 가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FRN 발행이 사실상 무산된데 이어 국고채 소화를 높이기 위해 전례가 없던 사상 최고치 낙찰 금리를 수용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고채 응찰률 높이려 사상 최고금리 낙찰 무리수 빈축
지난 23일 정부는 국고채 20년물 발행 입찰 과정에서 사상 최고가인 5.1% 금리로 낙찰을 시켜 향후 금리상승이 빨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고채 20년물 등 장기물은 통상 4.9%대에서 낙찰이 이뤄졌지만 국채 소화력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높은 입찰 금리에 낙찰을 시켜 향후 금리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높은 금리에 낙찰이 된 것은 비록 응찰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요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너무 높은 금리로 발행을 하다 보면 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25일 시장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고채 조기상환용 발행을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울러 추경의 주요 재원으로 발행을 추진하던 FRN 국채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미 FRN 발행은 무산된거나 진배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던 5년물 FRN의 경우 발행금리가 기초자산으로 유력한 CD금리에 70bp(1bp=0.01%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를 붙여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이자스와프금리(IRS) 보다 높은 데다 명목국채와의 적정 가격을 감안할 경우 정부가 이 같은 가산금리를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는 뒤로 한발 물러나 단기물인 1년물 FRN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적정 가격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1년물 명목국채를 동시 발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설사 국고채1년물 FRN이 발행된다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 1∼2년물과의 치열한 금리 경쟁이 예고돼 있어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향후 이를 통안채 구조 개편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채권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은의 양적완화(유동성공급) 정책이 향후 환율불안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금리 급등 시점까지는 이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번 기회에 단기물로 주로 발행되는 통안채 대신 단기물 국고채를 발행해 만기구간을 모두 커버하겠다는 속셈이어서 향후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통안채 규모는 약 130조원 규모다.
이에 따라 국고채 1년물 발행이 이뤄질 경우 통안채와의 지위문제와 금리 구축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증권 유재호 연구원은 “결국 단기물이나 FRN, 국채교환제도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순물량에는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서 “수요 측면에서 머니마켓펀드(MMF)를 활용하는 방안 역시 기존에 국채의 편입비가 크게 낮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국채의 유동성을 크게 제고하지 못하는 이상 자발적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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