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김영찬 박사의 9988 건강코너] 섹스중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30 22:23

수정 2009.03.30 22:23



최고 권력기관의 행정관이 성(性) 매매에 연루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 행정관은 아마 섹스 중독증일 가능성이 있다. 섹스 중독증인 사람들은 대부분 섹스로 인해 망신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섹스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섹스 중독증은 흔히 ‘변태’라고 불리는 ‘성도착증’의 전단계로 불리는 섹스 중독증으로 인해 남성클리닉을 방문하는 경우를 가끔씩 경험한다.

“남편을 제발 죽여주십시오.” 30대 중반의 부인이 애를 안고 클리닉을 들어오면서 하는 말이었다.

필자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죽여 달라니요?”

알고 보니 부인은 남편의 성욕을 없애 달라는 것을 죽여달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그 부인의 남편은 섹스 중독이었다. 여성 직원과 문란한 성관계를 맺는 등 남편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섹스 욕구로 인해 직장 생활에도 지장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섹스 중독증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 피해를 준다.

그럼 섹스 중독증을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중독자 스스로가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섹스 중독증은 섹스를 통해 기분을 전환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런 기분을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섹스를 찾는 일종의 악순환을 그리게 된다. 따라서 섹스를 통해 스트레스나 기분을 푸는 습관을 본인 스스로 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 습관의 변화도 매우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이다. 다른 취미 생활이나 운동에 몰두하면 섹스를 찾는 순간을 벗어날 수 있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녕과 자신감을 찾기 위하여 더 없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약물을 통한 치료 방법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이라고 불리는 남성호르몬은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성욕을 담당하는 유일한 호르몬이다. 바로 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왕성해지면 성욕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 이런 경우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감소시켜야 한다. 증세가 심할 경우에는 남성호르몬 자체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여성호르몬을 투여하여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여 섹스로부터 격리시키기도 한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역시 성욕과 성행위를 조절한다. 이 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면 성욕과 성행위를 억제하여 섹스 중독증을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섹스 중독자의 배우자 역할도 중요하다. 배우자들은 섹스 중독자를 병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가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의도적으로 피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 주는 것도 좋다.


섹스는 필요한 생활의 부분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양면적인 본질을 가진 행위이다.
이러한 섹스를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정도로 자신에 맞추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병원 병원장 김영찬(youngkim2004@kor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