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통화옵션상품인 '키코'계약으로 수 백억원의 손실을 본 A기업은 최근 키코계약을 맺은 3개 은행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하자마자, 3개 은행으로부터 예금 인출을 거절당했다. 결국 어음 만기일을 앞두고, 소송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례2. 키코로 수 억원의 손실을 본 B기업은 관련 은행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마자 신용장 발급을 거절당하고, 통장 지급정지를 당한 후 예금통장에서 인출당해 강제로 키코 계약이 정산됐다.
#사례3. C기업은 키코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자 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동산에 해당 은행이 가압류 집행을 했다.
일부 은행들이 키코손실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및 본안 소송 중소기업에 대해 예금, 부동산의 가압류등 각종 담보에 대한 회수에 들어갔다.
더구나 최근 기업들의 키코관련 소송에 대한 기각판결이 잇따르는 등 판결 기류에 변화 조짐을 보인 데 따라 은행과 기업들이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1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키코관련 가처분신청 소송은 60여건, 본안소송은 160여건이 접수됐다. 이들 소송 업체는 최근 은행의 소송취하 압박이 거세지자 금감원에 신고했고 제대로 처리가 안되자 피해 사실을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대위 민주당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실에 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길의원측도 관련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정부 및 해당기관에 강력하게 물을 예정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은행 대상 키코피해 소송이 급증하자 일부 은행들이 소송 기업의 예금통장을 지급정지시켰다가 피해업체가 금감원에 신고하면 다시 풀어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어음 결제일을 앞두고 이런 일이 많아 기업이 소송을 포기한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금감원에 신고해도 접수에서 처리까지 2주일가량 걸려 이 기간 은행이 어음 결제를 막아 부도를 내거나 키코 미결제금을 강제로 정산하는 등 ‘소송 취하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19일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키코 피해기업 민원은 총 42건이다. 그러나 42건 중 피해가 정식 접수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5건은 각하됐고 16건은 은행과 기업 간 자율 조정됐다. 이에 대해 송영길 의원측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애로상담에 나서야 하는 금융당국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처분신청이 통상 2∼3개월이 소요되고 대다수 소송이 1월에 집중됐기 때문에 4월 안에 60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또 올 3·4분기에는 본안소송에 대한 결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12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코다코가 HSBC를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이후 서울중앙지법에도 달라진 분위기가 나올지 관심사다. 실제 모나미 등이 SC제일은행을 상대로 키코 가처분신청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모 판사가 지난 2월 ‘교체’된 이후 기각 확률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편 키코 피해 우량 중소기업들마저 무분별하게 ‘소송전’에 뛰어들면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키코담당자는 “당 은행의 경우 키코거래기업 중 85%가 소송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결제하고 있거나 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수출이 정상적으로 되고, 현금을 많이 가진 기업도 소송에 나서는 등 모럴 해저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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