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자리가 생명이다] 2부 ② 서비스산업에 자본 끌어들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9 17:36

수정 2009.04.19 17:36



마네킹 납품업을 하는 양모씨(31·남)는 1년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보낸다. 상하이에 있는 마네킹 공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양씨는 “중국에서 마네킹을 만들어 한국으로 역수출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고환율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다소 줄긴 했지만 아직까진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한국 탈출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예 ‘트렌드’가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95년부터 10년간 중국으로 이전한 한국 기업이 5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현재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은 2만2000개나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산업기지를 해외로 옮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까진 국내에서 직원을 뽑았던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경제가 5% 정도의 성장을 했지만 일자리는 예전만큼 늘어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다.

■고용 창출 효과 10년 새 반토막

우리나라의 ‘고용 없는 성장’은 이미 고착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995년 24.4에서 2000년 18.1, 2005년 14.7로 줄었다.

취업유발계수란 10억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를 일컫는 말. 취업유발계수가 떨어지면 우리 경제 규모가 커져도 그만큼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국내 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10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처럼 고용 창출력을 저하시킨 주범은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2005년 현재 10.8로 전체 산업보다 3.9포인트 낮다. 2000년(15.3)에도 전체 산업에 비해 낮았다.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이지만 고용 창출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수출의 주요 품목이 의류 등 노동집약적 품목에서 자동차, 반도체 등 기술·자본집약적으로 바뀌어서 고용 창출 능력이 과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이 유일한 탈출구

수출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선 내수만이 해답이다. 그러나 그간 고용의 ‘등뼈’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05년 10.1로 2000년 13.2에 비해 3.1포인트 내렸다. 1995년의 19.3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분석도 비슷하다. KIET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10억원어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1993년 11.08명이었지만 2005년엔 3.92명, 2006년에는 3.66명으로 떨어졌다. 필요한 노동력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정보화와 경영혁신 등이 이뤄진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컴퓨터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과거보다 사람이 적게 필요하다.

하지만 제조업과 한 축을 이루는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나쁘지 않다. 서비스업 취업유발계수는 2005년 현재 18.4다. 제조업은 물론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건설업의 16.6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취약하기 그지 없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서비스수지는 언제나 적자를 면치 못한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167억달러. 물건을 팔아 어렵게 벌어들인 돈(상품수지 60억달러 흑자)에다 100억달러를 더 얹어서 해외에 되돌려 줬다. 그러나 이는 바꿔 말하면 서비스업을 키울 경우 ‘고용의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와도 같다.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수출 주도의 우리 경제 구조에선 제조업이 아닌 새로운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며 그 해답은 바로 서비스산업”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올인’하는 정부

서비스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다. 전례 없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의 성장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하는 것도 그래서다. 계획이 완성돼 갈수록 각종 이해 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친 것은 10년도 더 됐다. 그러나 추진하려 할 때마다 “서비스를 산업으로 보는 것은 공공성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때문에 국내 서비스산업의 규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규제 하나를 풀어도 다른 규제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2002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3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교육 기관 설립을 허용했지만 현재 이곳에 자리잡은 외국 기관은 단 한 곳(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원) 뿐이라는 게 단적인 예다. 영리법인의 진출은 허용했지만 투자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하는 기관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선진화 계획에서 의료, 교육, 정보통신(IT) 서비스, 물류, 컨설팅, 방송통신, 콘텐츠, 디자인, 법률 등 각 분야의 규제를 상당 부분 걷어낼 계획이다.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의료산업이다.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영리법인 허용 등 진입 규제만 풀어준다면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의료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은 대단하다. 전국에 병·의원이 5만개 정도 있으니 각 병·의원에서 몇 명씩만 추가로 뽑으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중 27조원을 의료서비스산업에 쓴다면 133만2000∼199만8000명에 이르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의료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이르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6%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산업을 더 이상 평등이나 형평이 아닌 산업적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배상근 본부장은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해야 선진국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의료, 교육, 금융 등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향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