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르누아르가 서울에 온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1 08:36

수정 2009.05.11 10:10


■아름다운 그림을 남긴 르누아르가 한국에 온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행복은 만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행복을 화폭에 옮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화가가 있다. 바로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다. 그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는 예술철학으로 19세기 후반 미술사의 격변기를 거친 대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비극을 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르누아르의 그림은 화려한 빛과 색채로 늘 행복을 담고 있다. 주재와 소재 속에 세상의 시름이나 어둠을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의 평범한 생활을 유토피아적인 일상으로 그려낸 몽환적인 터치로 인해 행복을 그린 화가로 불린다.

관능과 환희의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인 르누아르의 국내 첫 회고전이 오는 28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02-724-2903)에서 열린다. 인상주의 작가로는 모네(2007년)와 반 고흐(2008년)에 이은 세 번째 국내 전시다. 파리 오르세미술관과 오랑주리미술관을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공공미술관과 개인소장 작품 118점을 모은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커미셔너는 “전시작 중 유화는 71점으로 전체 작품의 총 보험가액은 1조원에 이른다”며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이미지는 봤을 법한 르누아르의 대표작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 무도회’와 한 쌍으로 제작된 1883년작 ‘시골 무도회’, 인상파 흔적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1876년작 ‘그네’, 일상의 행복을 전하는 1892년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 등이 선보인다. ‘시골 무도회’와 ‘그네’는 인상주의 시기의 대표작품으로, 걱정도 근심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평화로운 세상을 사는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09년 작 ‘광대복장을 한 코코’는 르누아르가 자신의 막내 아들에게 광대 복장을 입혀 그린 그림이며 일명 ‘햇살 속의 누드’로 불리는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는 르누아르가 제2회 인상파전에 출품했던 그림이다. 후에 영화감독이 된 둘째 아들의 어린 모습을 그린 ‘장 르누아르의 초상’, 배우출신 며느리를 그린 ‘꽃 장식 모자를 쓴 데데’, 자신을 포함해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주로 다룬 화상 폴 뒤랑-뤼엘의 딸을 담은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등도 눈길이 가는 작품들이다.

르누아르는 잘 알려졌다시피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인물화와 누드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주문제작 된 일부 초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화폭을 정면으로 바라보거나 작가와 시선을 마주하는 구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나 외부 세계와는 무관한 듯 화폭 속에 다소곳이 갇혀 있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수동적임에도 르누아르의 놀라운 손놀림을 통해 세상의 모든 시선을 다 빨아들일 것 같은 매혹적인 자태를 얻게 되고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고혹적인 시선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도 이 같은 관능을 느낄 수 있는 1906∼1907년 작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가브리엘’, 1907년 작 ‘쿠션에 기댄 누드, 대형 누드’, 1892년 작 ‘바위 위에 앉아있는 욕녀’ 등이 선보인다.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가브리엘’은 르누아르의 집에서 보모로 지내며 그림 모델로도 많이 선 가브리엘을 그린 작품으로 그의 누드의 대표작품이라 할만하며, ‘바위 위에 앉아있는 욕녀’를 포함한 6점은 개인 소장품으로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그림들이다.


서순주 커미셔너는 “이번 르누아르전은 12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던 1985년 파리 그랑팔레의 회고전 이후 질과 양적인 면에서 최대 규모”라며 “전시작 중 12점은 오는 9월 20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개막하는 또 다른 르누아르전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