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토퍼스] ‘빌리 엘리어트’의 편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09/05/12/200905121116569205_l.jpg)
무비컬의 멋진 장면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영화에서 감동스럽던 장면이 공연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아 재연되면 더욱 그렇다. 무대이기 때문에,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성 덕분에 2차원 평면 속 영상은 살아있는 경험으로 되살아난다. 무비컬 보러오기 잘 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는 그런 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무비컬이다.
영화의 주인공 제이미 벨이 무대에 설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늘 그렇듯 아이들은 짧은 세월에 청년으로 훌쩍 자라버리기 때문이다. 근작 영화에 등장한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순간적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5년작 흥행영화 ‘점퍼(Jumper)’에서 그는 은둔자처럼 숨어사는 초능력자 그리핀으로 등장한다. 좋은 청년 연기자로 성장한 제이미 벨에게 만족할지는 몰라도 더 이상 그에게서 빌리의 순수함과 풋풋함을 찾을 수는 없다. 사실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제작된 것은 2000년의 일이고, 무비컬이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인 2005년이니 그가 다시 무대에 등장하길 바라는 것은 그저 영화팬들의 추억에 대한 집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제작진은 단순히 영화의 아우라에 기대기보다 무비컬만의 독자적인 표현 양식을 고민했다. 잘 알려진 스토리를 어떻게 재가공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연구하게 됐고, 그래서 뮤지컬만의 재미가 탄생됐다. 음악은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엘튼 존에게 의뢰됐고 그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감성적인 멜로디를 쏟아 냈다. 영국 전역에서의 오디션을 거쳐 무대에 설 아역배우들도 찾아냈다.
엘튼 존의 명성답게 뮤지컬은 수많은 히트 넘버들로 넘실댔지만, 특히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에게 죽은 엄마의 편지를 읽게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수건 없이는 보기 힘든 이 뮤지컬 최고의 명장면이다. 영화에서도 같은 씬이 등장하지만 음악으로 포장되고 재구성된 뮤지컬의 감동은 몇 곱절 진한 뒷맛을 남긴다.
편지(The letter)
빌리가 윌킨슨 부인에게 봉투를 내민다
윌킨슨 부인:이게 뭐니?
빌리:편지예요
윌킨슨 부인:편지라는 건 나도 알아.
빌리:원하면 열어보세요.
윌킨슨 부인:너희 아빠가 날 죽이겠다고 하시니?(춤 배우는 것 들켰니?)
빌리:엄마가 쓴 편지예요.
윌킨슨 부인:엄…마?
빌리:열여덟살이 되면 열어보라 하셨지만, 이미 뜯어봤거든요.
윌킨슨 부인:그랬구나…
빌리:궁금하면 읽어봐요… 큰 소리로 읽어요…
노래가 시작된다
윌킨슨 부인:사랑하는 빌리에게/(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아마도 먼 추억 속에나 존재하겠구나.
빌리:차라리…
윌킨슨 부인: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아마도 그건 오랜…
빌리:…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일 테니까/네가 커가는 모습도 전혀 보지 못하겠지/너의 울음소리도/환한 웃음도/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것도/대화할 기회도 모두 놓쳤을 거야/하지만 빌리/한 가지만 기억해/난 늘 여기 있었다는 걸/모든 것들을 통해 항상 네 옆에 있었다는 걸/그러니 빌리…
윌킨슨 부인:그러니 빌리…/내가 늘 네 곁에 있을 것이란 사실을 기억해/널 알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네가 내 아들인 것과/모든 것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말야/그러니 약속해줘, 빌리
죽은 엄마:무슨 일을 하더라도/항상 자신에게 충실해야 해/빌리/그리고 늘 정직해야 돼/네가 커가는 모습도 전혀 보지 못하겠지/너의 울음소리도/환한 웃음도…
죽은 엄마·윌킨슨 부인: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것도/대화할 기회도 모두 놓치게 될 거야/하지만 빌리/한 가지만 기억해/난 늘 여기 있었다는 걸/모든 것들을 통해 항상 네 옆에 있었다는 걸/그러니 빌리/내가 늘 네 곁에 있을 것이란 사실도 기억하렴/널 알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죽은 엄마:영원히 널 사랑해
빌리:영원히 널 사랑해
윌킨슨 부인:엄마가…
윌킨슨 부인:엄마는 정말 특별한 분이셨구나.
빌리:아뇨. 그냥 우리 엄마였어요.
이쯤 되면 객석은 울음바다가 된다. 여기저기 훌쩍이다가 옆 좌석 이방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겸연쩍은 미소를 나누게 되는 것도 이 작품이 주는 별난 체험 중 하나다. 뮤지컬의 제작은 영화를 만들었던 바로 그 제작진에 의해 추진되고 완성됐다. 덕분에 무대는 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이어가게 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뮤지컬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the letter
Dear Billy,
I must seem a distant memory
Which is probably a good thing
And it will have been a long, long time
And I will have missed you growing
And I’ll have missed you crying
And I’ll have missed you laugh
Missed your stamping and your shouting
I have missed telling you off
But please, Billy, know that I was always there
I was with you through everything
And please, Billy, know that I will always be
Proud to have known you
Proud that you were mine
Proud in everything
And you must promise me this, Billy
In everthing you do
Always be yourself, Billy
And you always will be true
Love you forever
Love you forever
M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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