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ICM 유치에 박수를 보내며/이재원기자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7 17:38

수정 2009.05.17 17:38



‘늦게 출발한 자들의 꿈과 희망.’

언뜻 보기에 소외된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것 같은 이 문구가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의 것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국제수학자대회(ICM) 유치를 위해 국제학계에 내건 슬로건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선 대한수학회가 주최한 ‘2014년 ICM 유치 축하연’이 열렸다.

ICM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로 흔히 올림픽에 비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는 ICM이 올림픽보다 격이 높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유치가 경제발전의 결과였다면 ICM 유치는 그보다 더 높은 가치인 문화와 학문 발전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반세기의 역사밖에 안되는 우리 수학계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했고 이제 세계 10위권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축배를 들만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ICM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고등과학원 박형주 교수도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박 교수는 “ICM을 활용해 수학 중흥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유치활동 때보다 더 큰 중압감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이 ICM을 개최한 후 수학 역량이 10년 만에 두 배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발전은 학자들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유치 성공도 정부를 비롯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 등 대기업의 통 큰 지원이 한몫 했다. 국가의 미래는 분명 기초학문 발전에 성패가 달려 있다.
기초 분야에 정부는 물론 민간을 포함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

/economist@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