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케이블TV 방송사(SO)의 인·허가 권한을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데 이 정책이 방송의 독립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총괄하는 방송정책에서 케이블TV가 분리되면 방통위의 미디어 발전정책이 균형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지역 케이블TV방송 인허가 심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도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몇년에 한번 있는 심사를 위해 별도의 인력을 갖춰야 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29일 제7차 회의에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권한으로 돼 있는 SO의 허가권을 비롯해 재허가, 허가취소, 시정명령·과징금 같은 규제권한을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안건이 지방분권위원회의 의결을 마치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의견을 전달하고 방송법을 개정, SO 규제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게 된다.
지방분권위원회가 SO의 규제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려는 이유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민원을 지방자치단체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혜택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전문가들은 지방분권위원회의 목적은 방송의 독립성과 산업적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방송분야 전문가는 “방송의 가장 핵심 요소는 정치적 독립성”이라며 “방통위는 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해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의 합의제로 구성해 놨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이 정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각 정당의 추천을 받아 4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SO의 허가권을 맡기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돼 하나의 서비스로 합쳐지는 최근 산업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SO가 전화·인터넷과 방송을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방송 허가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주고 통신사업권은 방통위에 남겨두는 이원적 허가구조는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하고 민원처리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SO들은 방통위와 지방자치단체의 이중 규제를 받게 돼 오히려 규제완화 정책에 역행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미국만 주정부가 SO 규제권한을 갖고 있을 뿐 대부분의 나라가 지방자치단체에 케이블TV 규제를 넘기는 경우는 없다”며 “미디어산업 균형발전 정책을 감안하면 SO에 대한 규제권만 유독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면 정책의 균형성을 지키기 어렵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SO 규제권한의 지방 이관은 방송·통신 융합산업 측면이나 방송 독립성 등 언론적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아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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