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日,이젠 재정적자 ‘허덕’
최악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던 주요국들이 이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경기 회복 신호가 가시화되며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면서 ‘재정 적자 줄이기’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버냉키 “재정균형 없이 경제회복 없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현지시간) 하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균형 잡힌 재정수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건강한’ 경제회복도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버냉키는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금을 지금과 같은 (낮은) 금리로 계속 투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재정 적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미국의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와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안정과 신뢰도를 유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재정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채권 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층 더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그로스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치솟는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은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무부는) 경제가 정상화되면 재정수지 역시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미리 달러화 자산을 줄일 것을 권했다.
■美 재정적자 GDP 13% 수준
미국의 이번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85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보다 4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현재 누적 정부부채가 1750억파운드로 GDP의 6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영국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폴리시익스체인지(P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초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재정지출을 시급히 축소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미 지난달 말 “영국의 국가 부채가 GDP대비 100%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며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하면서 “차기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통제 불능 상태의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일본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는 누적 정부부채가 이번 회계연도에 GDP대비 200.9%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재정시스템위원회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이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잇따른 대규모 재정지출과 세수 감소로 2011년까지 기존 재정 계획을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며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일본에 대한 연례 실사를 마친 후 “일본은 대규모 공공부채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기 재정회복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요사노 가오루 일본 금융·재무·경제재정상은 “(재정이) 흑자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다음 회계연도부터 예산안에 재정 적자 감축안을 포함하기로 했다.
/[email protected] 유영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