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센터’는 단순하게 로켓을 발사하는 장소가 아닌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주 개발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우주센터에서 일어난다.
현재 케네디 우주센터, 존슨 우주센터 등 6∼7개의 우주센터와 연구소를 보유한 미국은 이곳에서 우주개발을 위한 다양한 로켓들을 발사하고 있다.
일본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쓰노다 우주센터 등 5개의 우주센터를 운영중이고 중국은 주취안 우주센터, 시창 우주센터 등 4개의 우주센터를 통해 우주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다양한 목적을 지닌 로켓을 여러곳의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센터가 필요하다.
그럼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해당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인공위성의 성격 및 궤도가 중요하다. 만약 쏘아 올릴 위성이 높은 궤도에 있는 정지위성의 경우 적도에 가까운 곳일수록 유리하다. 정지궤도위성의 궤도는 고도 약 3만6000㎞로 1000㎞ 이내의 저위도 위성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지위성을 발사할 때는 지구 자전속도의 힘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적도지방에서 동쪽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자국에서 정지위성을 발사하려고 한다면 해당 국가의 영토 가운데 가장 저위도인 곳에 우주센터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저궤도 지구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회전하는 궤도를 갖는 저궤도 위성의 경우에는 적당한 위도에서 남쪽이나 북쪽방향으로 발사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로켓은 고도 1000㎞ 이내의 저궤도 과학위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발사체인 나로 로켓은 발사후 동쪽이 아닌 남쪽을 향해 발사하게 된다.
둘째, 기상조건이다. 우주센터는 기본적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적은 곳이 유리하다. 장거리 우주 탐험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한 로켓과 인공위성이 발사전 갑작스러운 낙뢰나 태풍으로 인해 고장이 난다면 그 동안의 수고가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주센터는 로켓의 예정 비행 경로 18㎞ 이내에 낙뢰 및 뇌우가 없어야 하며 발사 15분 전 고도 약 9㎞ 상공의 전압계강도가 1㎸/m 이내여야 한다. 또한 발사시 로켓의 비행 경로상 구름의 속도도 12.35m/sec 이내여야 한다. 이런 발사전 또는 발사후 필요한 기상 조건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무곳에나 우주센터를 세울 수 없다.
셋째, 발사한 로켓의 안전성이다. 로켓은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2단 내지는 3단 분리를 하며 비행한다. 보통 3단 로켓의 경우 1단 50㎞, 2단 500㎞, 3단 3500㎞ 상공을 지나며 로켓의 분리가 이루어 지는데 이때 분리된 로켓 낙하물들이 사람들이 사는 도심상공에 떨어지게 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로켓 각 단의 모든 분리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발사된 로켓이 발사 직후 추락할 경우 지상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 반경 1∼2㎞의 안전 구역이 확보되어야 하며 발사된 로켓의 비행경로 역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넷째는 정치적인 부분으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로켓은 국제법상 발사 이후 고도 100㎞ 이내까지는 외국의 영공을 직접적으로 통과할 수 없다. 또한 발사시 발생되는 낙하물 역시 외국의 영토에 낙하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는 공해상 바다를 향해 발사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경우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육지를 향해 발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와 일본 중국이 감싸고 있어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위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동쪽으로의 발사는 일본의 영공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북쪽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있어 발사가 어렵다. 결국 남쪽을 향한 발사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남쪽도 일본과 중국의 영토가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좁은 발사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통과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나로우주센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힘껏 솟아오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KSLV-I)’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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