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정의 뮤지컬피버] “우리는 드림걸즈..당신은 꿈꾸기만 해요”

이보다 더 달콤한 말이 어디 있을까. 내가 꿈꾸기만 하면 그들이 내 꿈을 이뤄준다니. 뮤지컬 ‘드림걸즈’의 대표곡 ‘드림걸즈’는 극장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는 관객 뿐만 아니라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속삭이는 달콤한 유혹이다.
춤과 노래, 음악이 곁들여지는 뮤지컬은 팍팍하고 지친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모든 걸 잊고 잠시 꿈을 꾸라고 유혹한다. 현실을 떠나 LED(발광다이오드)의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는 의상, 가슴 저리는 리듬에 함께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마력 덕분인지 공연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도 ‘드림걸즈’의 무대는 관객들의 환호로 뜨겁다.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오만석(커티스 역)은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환호성을 자아냈고 유머로 점철된 최민철(지미 역)은 공연 내내 터지는 폭소의 주요 원인 제공자였다. 또 풍부한 성량의 차지연(에피 역)은 듣던대로 가슴이 뻥 뚫릴 듯한 목소리로 관객을 압도했다.
공연 초기 커티스의 비중이 상대적이 낮다는 불만이 있었으나 이는 열혈 팬들의 다소 과장된 평가였던 듯하고 공연 전체적으로 볼 때 커티스의 비중은 꽤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불만스러웠던 점은 커티스의 심경 변화나 상대 배우와의 화학 작용 등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늘 싸늘하고 감정이 없는 커티스로 일관했는데 에피를 사귀다가 디나를 보면서 호감을 느끼거나 또 디나가 떠나려고 하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도 커티스가 거짓으로 감정을 꾸며낸다는 것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커티스와 디나 사이에서 사랑하는 커플로서의 느낌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디나의 솔로곡인 ‘리슨’이 디나와 에피의 듀엣곡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에피에 밀리는 디나의 가창력이 더욱 빛을 잃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디나와 에피의 화해를 유도하기 위해 듀엣으로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세월 쌓였던 앙금이 뚜렷한 계기도 없이 눈녹 듯 사라진 점도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는 다소 미진해 보였다.
‘최민철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박수를 받은 지미 역의 최민철 역시 시종일관 무대를 즐겁게 만들었으나 ‘R&B 스타’라기 보다는 ‘트로트계의 황제’로 보여 아쉬웠다.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였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email protected]한민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