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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에 속지마세요”..스팸메일 보낸뒤 17억 챙겨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1 22:15

수정 2009.06.11 22:15



수십만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네∼ 저 민정인데요, 제가 헷갈려서 그런데 제 사진 보내드릴 테니 보고 문자 주실래요?”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거액을 챙긴 사기조직 주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스팸문자를 발송(휴대폰 낚시문자)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정모씨(35)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 4개 모바일 콘텐츠 업체를 차려놓고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한 뒤 40만여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55만여차례에 걸쳐 스팸문자를 발송, 17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3000원 미만의 휴대폰 소액결제는 주민번호 입력과 같은 이용자 확인절차 없이 자동결제돼 피해자가 결제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아는 사람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전에 전번(전화번호) 준 오바(오빠) 맞죠? 사진 보고 맞으면 문자 줘요”라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피해자들이 바로 확인버튼을 눌러 유료 콘텐츠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경찰은 정씨가 만든 업체 4곳을 단속해 공범 13명을 검거, 이 중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1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정씨는 수배한 바 있다.


경찰은 정씨 등이 이 같은 사기수법으로 이용한 서버가 폐쇄돼 정확한 스팸문자 횟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천만건에서 많게는 수억건 이상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확인버튼을 누르면 유료 콘텐츠에 접속돼 2990원의 소액결제가 이뤄졌다”며 “이들은 부당요금이 청구된 것을 알고 항의하는 피해자에게는 무조건 친절히 전액 환불해줘 수사기관 신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설명했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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