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먹먹하던 귀에서 물이 나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5 16:43

수정 2009.06.15 16:43



어릴 때부터 감기만 걸리면 귀가 자주 아프고 귀가 먹먹하던 정은이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귀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투명한 물이더니 어느새 누렇고 끈적거리는 고름으로 변했다. 그러고 보니 귀도 조금씩 점점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자주 귀를 닦아내도 어느새 귓구멍이 젖어 있었다. 감기라도 걸리거나, 시험 때문에 피곤하거나 하면 훨씬 물이 많이 나온다.

만성 중이염은 이렇게 쉽게, 모르는 사이에 발병하는 일이 많다.

위생관념이 낮고 사회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의 아이들은 으레 콧물을 흘리고 다니는 것이려니 하면서 그대로 방치하는 수가 많았다. 그래서 중이염도 훨씬 많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일반 인식이 높아지고 위생 수준이 향상되면서 전보다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환자들이 만성 중이염을 앓고 있다. 조금 귀가 먹먹하거나 간지러운 것을 그냥 참아내던 정은이도 물이 계속 나오게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곳은 고막 안쪽의 중이밖에 없다. 또 구멍이 뚫려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계속적인 염증 때문에 고막이 녹아 내렸고 그곳을 통해 안에서 계속 고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만성 중이염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귀 안쪽의 조직들을 잠식해 심한 경우는 뇌 손상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통증이 없고 또 고름이 조금씩 나올 때는 귓구멍 안에서 말라버리기 때문에 알지 못하고 지내는 수도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귀가 점차 들리지 않고 고름의 양도 많아지게 되면서 병원을 찾지만 청각을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막이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얇아져 눌어붙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중이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다행이 정은이는 귀의 신경조직 쪽으로는 아직 침범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염증을 제거한 다음 고막을 새로 만들고 고막 안쪽의 소리 전달을 담당하는 뼈 들을 다시 이어주는 수술로 청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만성 중이염이 있을 때 항상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고막에 구멍은 뚫려 있으나 전혀 염증 분비물이 나온 흔적이 없고 귀도 잘 들리는 경우는 시간의 여유가 있고 그대로 아무런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막의 구멍을 통해 외부에서 감염이 될 가능성은 항상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