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가고시마 여행에서 온천과 전통여관(료칸)으로 유명한 이부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전국 어딜가나 온천은 많지만, 이곳은 뜨거운 모래로 온몸이 파묻히듯 하는 스나무시(모래찜질) 온천으로 제일 유명하다. 이를 맘껏 즐기며 머물 수 있는 곳으로 하쿠스이칸(白水館)이 있다.
이 곳은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때 고 노무현 대통령내외가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규슈 최고의 전통여관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고 맞이하는 종업과 함께 모든 시설이 고풍스러움과 현대미가 절묘하게 조화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처음 찾은 여행객들은 정갈하고 격조있게 꾸며놓은 일본인들의 특유 감각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특히 에도시대 역사를 간직한 해송이나 흑송이 밤 불빛과 어우러져,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연출되는 정원이 인상적이다. 일본의 정원은 보통 아기자기하게 꾸민 것이 일반적이자만, 이곳은 ‘이렇게 넓은 정원이 있을까’할 정도다. 이곳을 당시 한·일 두 정상이 아침 산책을 하다 벤치에 앉아 태평양쪽을 바라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코스를 그대로 따라 걷다보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쿠스이칸에는 이처럼 매력인 넓은 소나무 정원을 비롯 푸른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객실(리큐), 넓은 부지내 욕탕의 역사를 재현한 겐로쿠욕탕, 이부스키 특유의 모래찜질 온천, 관내 갤러리 등이 잘 갖춰져 여행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격조있고 편안하게 꾸며진 일본식 객실 이쇼규덴에서는 창 밖으로 ‘7가지색으로 변한다’는 긴코만이 넓게 펼쳐져 보인다. 또 푸른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일본식 방 하나노도에서는 그야말로 일본 최고의 매력이 느껴진다.이는 기호에 따라 일본식 다다미방과 침대식으로 선택할수게 돼 있다.
넓은 관내에 자리한 온천탕 역시 최고의 품격과 함께 그 종류도 다양하다.
겐로쿠탕은 에도가 가장 번성했던 때 겐로쿠시대 욕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이는 당시 서민들의 사교장이었으며 그들 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했다.
우키요탕은 강력한 무사들 지배하에서 서민들은 ‘어차피 자유롭지 못한 세상이라면 재미있게 나 살아보자’라는 대범하고 느굿한 기풍에서 유래된 것. 또한 에도 자쿠로탕은 한 마디로 에도시대의 사우나라 할 수 있고, 다루탕은 폭포탕, 다루탕, 오이랑탕으로 나눠지는 남녀 혼탕을 말한다. 이는 당시 유락녀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가장 전망 좋은 높은 곳에 위치한 여러 노천탕도 빼놓을 수 없다. 옛 성루 모습을 본떠 만든 폭포탕에서는 어깨위로 떨어지는 온천이 기분좋다. 가마탕은 옛 방식의 흙으로 만든 탕으로 숫가마의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이부스키에서는 온천도 좋지만 전국 유일의 스나무시온천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천연 모래찜질 온천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것으로, 해변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속에 누워있다보면 그 안락함에 깜박 잠이 들게 된다.
모래찜질은 모래의 무게감과 온천의 기능으로 몸속의 노폐물을 땀과 함께 몸 밖으로 내보내는효과가 있다. 이는 300년전 탕치(湯治)로 찾아들던 사람들이 그 효능은 알게 돼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하던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의학적으로도 인정, 그 효능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가고시마대학 의학부 다나카 교수팀 조사에 의하면 모래찜질은 심박수가 늘고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체온이 오르는 등 많은 효능이 밝혀졌다. 아울러 몸속 혈액의 순환을 좋게 함으로써 노폐물의 배출과 염증성, 발통성 등 물질을 씻어내고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줘 몸을 상쾌하게 해준다는 것.
관내 갤러리 사츠마에는 이고장 출신 작가 하시구치 고요의 미인판화와 현대적 사츠마 도자기를 주로 전시, 갤러리 하쿠스이에서는 사이고 난슈를 비롯한 향토 선인들의 그림과 서도가 전시된다. 또한 옛 사카이 상인,다인(茶人)들이 선호했던 중국 도자기도 전시, 품격있는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1층 로비의 라운지 토요마츠에서 소나무에 둘러쌓인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홍차 맛 또한, 이부스키와 하쿠스이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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