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 낙뢰’ 설마하다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01 20:38

수정 2009.07.01 20:38



매년 1∼2명의 골퍼가 낙뢰사고로 골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낙뢰 사망사고가 연간 5건 정도라는 통계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뢰의 성질과 대부분이 산지에 조성된 우리나라 골프장들의 입지조건이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다. 최근 들어 대기 불안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낙뢰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80%가 여름에 집중된다. 따라서 여름, 그중에서도 우중 골프를 많이 하는 골퍼일수록 낙뢰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낙뢰 경보 발효 시 피하는 게 상책

골프장 낙뢰사고는 골퍼들의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골프장측의 경보 발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운드를 계속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나라 골퍼들만큼 용감한 골퍼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목숨을 건 무모한 도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제주도 소재 L골프장에서 골프장 오너가 벼락을 맞은 사고는 그 좋은 예다.

골프장이 낙뢰 경보 사이렌을 울렸지만 오너 일행은 그것을 무시한 채 라운드를 계속했다. 대부분의 사고자가 그렇듯 이들도 ‘설마 내게 그런 일이 발생할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남은 홀을 마치기로 했던 것. 하지만 잠시 후 오너 바로 옆으로 낙뢰가 떨어졌고 골프장 오너는 수 미터를 날아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다행히도 페어웨이에 묻힌 철심이 강한 전류를 흡수함으로써 오너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낙뢰 경보가 발령되면 무조건 대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때 큰나무 밑으로 피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낙뢰가 뾰족한 물체와 금속성에 잘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산과 골프채를 휴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낙뢰가 치기 시작하면 도보가 아닌 카트에 탑승한 채 재빨리 그늘집이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금목걸이와 같은 귀금속은 낙뢰에 맞았을 때 체내로 전류가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굳이 제거할 필요는 없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용 낙뢰 경보기를 지참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고 시 손해보상 한 푼도 못 받아

낙뢰 사고에 대한 대비는 골퍼뿐만 아니라 골프장도 철저히 해야 한다. 높은 곳에 피뢰침을 설치하는 전근대적 방식으로는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순 없다. 최근 들어 많은 골프장이 업그레이드된 낙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고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여주군 솔모로CC 박용익 차장은 “우리 골프장은 30㎞, 10㎞, 5㎞ 등으로 구분해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을 마련해 골퍼들이 대피하는 데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기 분산 방지 시설인 낙뢰 방지 시스템을 코스 전역에 설치한 골프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시스템은 2005년에 경기도 파주시 서서울CC가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낙뢰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해 낙뢰가 골프장으로 직접 떨어지거나 유도되는 것을 막는 시스템으로 낙뢰의 에너지를 대지로 유도하는 피뢰 시설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근본적 예방책은 되지 못한다.
단지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몽베르CC 문영렬 부장은 “많은 골프장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낙뢰사고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순전히 골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골퍼들의 적극적 협조가 없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골퍼들의 자발적 협조를 당부했다.
골프장 낙뢰사고에 대해 2000년에 법원이 기상악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간주함으로써 피해자는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도 골퍼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