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순이익이 뚝 떨어진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전면 도입을 앞두고 회계사(CPA)를 대거 뽑았지만 일감도 줄어 유휴인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17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6월 말 제출이 마감된 국내 회계법인들의 200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형 회계법인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의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3935억원으로 전년대비 13%가량 늘었고 안진회계법인도 한 해 매출 2089억원으로 14%가량 성장했다.
특히 매출에서 경영자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삼일회계법인 매출 중 경영자문 매출액은 183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비중 46%에서 47%로 늘었다. 삼정회계법인은 경영자문 비중이 31%에서 36%로 높아졌고 한영회계법인은 29%에서 34%로 증가했다. 이는 2011년 IFRS 도입을 앞두고 컨설팅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2009년부터 IFRS를 조기도입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컨설팅 수요가 지난해 많이 몰렸다”면서 “점차 컨설팅 비용이 낮아지고 있지만 지난해까진 높은 상태여서 경영자문 관련 매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IFRS 관련 경영자문은 일회성 일감이어서 올해부터는 경영자문이 줄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대체로 줄어들었다. 삼일회계법인 당기순이익은 38억6000만원에서 15억6800만원으로 59%가량 줄었다. 삼정회계법인은 당기순이익이 27억원으로 지난해(37억2400만원) 대비 27%가량 축소됐고 한영회계법인 당기순이익은 7억원에 그쳐 지난해(1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인건비 부담 증가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회계사들의 이직률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회계법인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수익성 악화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회계법인 한 임원은 “공인회계사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대형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인력 수요를 늘려야 하는 압력도 받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인력 충원을 해야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수익성이 줄었고 매출액 자체는 전년 대비 늘었는지 몰라도 매출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 회계법인들의 공인회계사 수는 늘어났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회계사 수가 1984명으로 지난해(1774명)보다 210명 늘어났다. 안진회계법인(108명), 삼정회계법인(84명)도 회계사 수가 전년 대비 늘었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은 2009년이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금융위기 이후 회계감사 대상법인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비상장 외부감사 대상 자산 기준이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외부감사 대상 회사 수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또 세무조사 유예와 면제 대상 기업마저 확대되면서 세무쪽에서도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올해 회계법인들이 힘든 시기를 거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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