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박일한기자】 “감싸∼함∼니따!” 지난 8일 오전.싱가포르 최대 규모 호텔로 자리매김할 마리나베이의 ‘샌즈 호텔’ 상량식 현장. 발주처인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샌즈그룹 아시아지역 담당 부사장인 매튜 프라이어는 국내외에서 취재나온 120명의 기자들이 모인 공식 프레스 행사에서 사업 경과를 설명하던 중 행사장 맨 앞자리에 앉은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을 향해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쌍용건설의 놀라운 시공기술과 협력 덕택에 공사가 예정보다 빨리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칭찬을 늘어놨다.
이 호텔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이스라엘 출신 모세 샤프디는 현장에서 “놀랍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신이 52도 기울기로 높이 솟아오르도록 건물을 설계했지만 눈앞의 현상을 보고 스스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건물은 각 동이 입(入)자 구조로 설계됐다.
세계적인 구조설계회사인 영국의 아룹사는 이를 두고 “현재 완공했거나 시공 또는 설계 중인 모든 건축물 중 ‘최고의 난이도이자 21세기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샌즈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은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싱가포르의 관광산업을 바꿀 세계 최고의 기념비적 호텔이 될 것”이라면서 “벌써 150여건의 각종 행사가 예약돼 있는 등 준공 전부터 예약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싱가포르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삼고 있는 복합카지노 리조트(IR)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이어서다. 싱가포르 정부는 복합카지노 IR 산업으로 연간 15억 싱가포르달러의 생산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0.6∼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바꾸다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의 입지는 확고부동하다. 이 나라의 핵심 건축물 공사를 주도하면서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쌍용건설은 1980년 싱가포르 건설시장에 진출한 이래 30년 가까이 35건에 총 42억달러 규모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73층짜리 스위스 호텔 더 스템포드 싱가포르와 페어몬트 싱가포르호텔’(객실 수 2065개)과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즈시티 복합건물, 가구당 분양가격이 63억원에 달해 화제를 모은 현지 최고급 주택인 피어스 빌라, 싱가포르 최대 실내체육관인 국립 실내체육관, 아시아 비즈니스 명소 선텍시티 복합건물, 싱가포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태어나 현지인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뉴 케이케이 병원, 세계 최고 시설로 평가받는 크란지 경마장 등이 모두 쌍용건설의 손에 의해 건설된 것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싱가포르 국보급 래플즈 호텔은 쌍용건설이 설계 도면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의 사진만으로 복원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의 임복남 부청장은 “싱가포르에서 한국 건설사들은 일본 건설사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 및 시공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쌍용건설은 한국 건설사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의 여러 핵심 국책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최고의 협력기업”이라고 말했다.
■각종 토목공사 등 수주 이어져
쌍용건설은 최근 싱가포르의 초대형 토목 프로젝트도 잇따라 수주,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건설사가 지난해 수주한 해외 토목공사 중 최대 규모 프로젝트인 ‘마리나해안 고속도로 482공구’를 6억3300만달러에 단독 수주해 시공 중이다. 지난 6월에는 LTA가 발주한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 총 10개 구간 중 최대 규모인 5억5300만달러 규모의 ‘DTL921공구’ 공사를 단독 수주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리나해안 고속도로는 연장 1㎞, 왕복 10차로 규모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비가 6억2700만달러에 달한다. 지반이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에 최고 난이도의 공사로 첨단 공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DTL921공구도 기술력이 없으면 수주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지상에는 번잡한 도로와 폭 25m의 로처 운하가 지나고 지하 5m 아래로 기존 지하철이 깔려 있다. 공사구간 아래 연약지반에는 향후 들어설 지하차도를 위해 길이 167m의 터널까지 미리 건설해야 한다.
어려운 공사지만 쌍용건설은 이들 프로젝트의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수주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없는 건설사는 입찰 기회조차 없는 사업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주요 프로젝트는 모두 수주당시 외국계 경쟁사가 최저가를 제시했지만 우리가 기술평가에서 앞서 수주에 성공했다”면서 “짧은 시간에 최적의 공법을 제공하는 설계능력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는 밸류 엔지니어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싱가포르 정부는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총 4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싱가포르 관문에 위치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52도의 경사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쌍용건설은 세계 최고 난이도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3∼4일 만에 1개층을 시공하는 일정으로 작업을 진행해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8개월 만에 골조공사를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8일 골조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2600객실의 호텔 마감공사와 옥상에 축구장 두배 크기(1만2000㎡)의 스카이 파크를 건설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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