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박하나의 키스더 뮤지컬-웨딩펀드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30 08:33

수정 2009.07.30 09:05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란 법은 없다. 아니, 다를 때가 더 많다.

배우 전병욱도 그랬나보다. 그는 지난달 17일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에서 열린 뮤지컬 ‘웨딩펀드’ 시연회에서 ‘정말 오랜만에 멀티맨(한 배우가 수십가지의 배역을 맡는 것)으로 돌아왔다’고 쑥스러운 고백을 했다. 그 ‘오랜만에’를 곱씹어보니 약 2년이다.

그를 스타로 만든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행운이면서 천형이었다.
극중 멀티맨으로 얼굴 도장을 확실하게 찍었고 제1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는 신인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상 후 가진 인터뷰에서 ‘더 이상 멀티맨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진지하면서도 무거운 말투였다. 진짜로 멀티맨을 꺼려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이름은 꾸준히 거론됐다. ‘김종욱 찾기’ 이후 소극장 뮤지컬에서 멀티맨의 존재는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인 배우들이 멀티맨을 자처하며 끼를 뽐냈다. 이들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바로 ‘전병욱만큼 잘해’였다.

전병욱은 확실히 단거리에 강하다. 단 몇초동안 승부를 내는 게임에선 이길 자가 없다. 8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다 문화공간에서 공연되는 ‘웨딩펀드’ 역시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작품이 갖는 재미의 80%는 실로 그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반가움이 앞선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동안 그는 지난 2년간의 모호했던 모습을 싹 지워버렸다. 오랜만에 감상하는 ‘전병욱표 멀티맨’은 퍽 만족스럽다. 사실 그가 어떤 배역을 선호하는지는 중요치않다. 관객들은 그가 어떤 배역을 잘해낼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니까.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에 음악과 춤을 입힌 이 작품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싱글즈’가 버무려진 느낌이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여성의 사랑찾기, 서른 이후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함께 담겨 있어 그러하다. 이미 두 작품을 본 이들은 ‘신선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완성도로 치면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야기는 서른을 앞둔 세 명의 친구가 가장 먼저 결혼을 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을 그린다. 겉으로야 적금통장을 차지하기 위함이지만 그 내면에는 뒤쳐진다는 불안감, 사랑과 이별에 대한 씁쓸한 속내가 겹쳐진다.

순정파 세연, 털털한 정은, 공주병 지희의 상반된 캐릭터를 감상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할 재미다.
단 이들의 발성이 거칠어 하모니를 이루어야 할 부분에서 불편할 때도 가끔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역시나 음악이다.
공연을 관람한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14곡의 넘버 중 무려 8곡의 멜로디를 기억해낼 수 있으니 이는 실로 대단한 성과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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