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방통위의 균형 잃은 정책/권해주기자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3 16:21

수정 2009.08.23 16:21



어떤 운동이든 선수들은 자세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균형이 흐트러지면 헛스윙을 하거나 헛발질을 하기 쉽다.

출범한 지 1년 6개월 정도가 지난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런 꼴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이동통신 요금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방통위의 대처법을 보면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이통 요금 수준이 높다고 발표해 논란이 한창이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지난 20일 열린 세미나에선 ‘경쟁 활성화로 요금을 내리겠다’는 이전 입장만 반복했다.
요금을 낮추겠다는 건지 요금은 놔두고 차세대 산업을 활성화시켜 소비가치를 높이겠다는 건지 정책의 중심이 불분명하다. 사실 방통위는 사업자들에게 이통요금 인하를 요구할 법적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 목소리가 커지니까 통화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최근 방통위의 자세는 다 이런 것 같다. 방통위는 아직 사업성이 안 보이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나 인터넷TV(IPTV)에 빨리 투자를 하라며 업체들을 죄고 있다. 기업들은 돈이 되면 스스로 투자한다. 와이브로나 IPTV, 무선인터넷도 시장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면 방통위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방통위의 역할은 산업을 육성하고 소비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균형감 있게 정책방향을 정하는 기본자세가 필요하다.
그 다음 더 집중할 곳에 힘을 실어야 한다.

모든 일에서 기본자세가 엉성하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할 일은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도록 산업진흥책을 세우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낼만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탄탄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post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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