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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첫 전시회를 갖는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딸 김미루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
외모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눈매에서 그의 아버지를 떠올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외모에서 아버지와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렵다면 그는 어머니를 닮은 것이 틀림없다.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딸 김미루(28·사진)가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김미루는 지난 1981년 도울 김용옥이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할 당시 낳은 막내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플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미루는 플랫인스티튜트에 재학 중이던 2005년부터 카메라와 로프, 손전등 등을 들고 뉴욕의 하수구, 지하철 터널, 폐쇄된 학교와 병원, 버려진 조선소와 공장, 지하 공동묘지 등 거대한 도시의 이면에 가려져 잊혀진 공간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2007년 에스콰이어 매거진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유망주’에 뽑히기도 했던 그에게 뉴욕타임스(NYT)가 붙여준 별명은 ‘도시의 탐험가(Urban Explorer)’. 지난 2007년 그의 일련의 작업에 대한 특집기사를 작성한 NYT의 리처드 바인은 “김미루의 사진은 다소 극단적인 형태의 도시 탐험 끝에 남겨진 기념품이라 할 수 있다”면서 “스산하게 아름다운 폐허 속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김미루는 그 폐허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미루의 사진들은 이번 전시회의 제목 그대로 ‘벌거벗은 도시(裸都)’의 우수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제공하는 우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멜랑콜리(Melancholy·우울)와는 좀 다르다. 작가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의 소외와 불안감을 경험하면서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가들이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과 무기력증, 고독, 즉 ‘Spleen(울화)’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고통을 겪고 있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 “나의 작업이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이 문명비판적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김미루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또다른 이유는 작가 자신의 유연하고 가년린 알몸을 작품 속에 전시(展示)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시의 폐허 더미 속에 벌거벗은 여인의 몸을 밀어넣음으로써 김미루의 사진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김미루는 “살아있는 생물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말로 누드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끝없는 화려함을 향해 달려가는 도시의 황폐한 역사를 기록하면서 살아있는 생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내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나는 모델을 고용할 수도 없었고 더군다나 그런 위험한 곳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드는 문화적·시간적 요소를 모두 배제하기 위한 방법이자 전세계적인 공통언어가 인간의 몸이기에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김미루의 국내 첫 전시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계속되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도시화로 소외된 계층에 전달될 예정이다. (02)519-0800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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