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2학기 수업을 위한 수강신청 과정에서 잦은 서버 다운, 학교측의 일방적인 일정변경, 높은 경쟁률 등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학생 강의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그야말로 운에 맡기는 ‘복불복(福不福)’ 수강신청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일부 인기강좌의 경우 학생들간에 암암리에 매매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부분 대학이 내달 1일 개강을 앞두고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복불복’식 수강신청이 학생들에게 새 학기 시작부터 큰 고비가 되고 있는 것.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씨(26)는“매학기 느끼지만 잦은 서버 다운으로 오전 7시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곤혹스럽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수강신청은 항상 불안하고 부담되는 운과 불운의 시간”이라고 털어놨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일정변경과 뒤늦은 공지에 따른 불만도 높다. 성균관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6)는“이번 학기 수강신청에서 100명 단위 강의가 수강신청 접수 후 폐강된 적이 있다”며 “미리 공지됐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아 많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갔다”고 말했다. 고려대 2학년 김모씨(21)도 “수강신청 전 듣기 위해 정해놓은 강의가 임의로 폐강되거나 강사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수업의 질보다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른 과목 개설은 학생들이 지적하는 고질적인 수강신청 문제점이다.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안모씨(26)는 “1, 2학년 때 의미 있고 훌륭한 수업이라고 평가받았던 과목들이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폐강되는 일이 다반사”라며 “반면 학점을 잘 주거나 흥미 위주로 구성된 과목들은 인기가 높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4학년 박모씨(25)는 “최근 인기가 더 높아진 경영학과 등 인기학과 전공과목은 오히려 다른 전공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수업의 경우 해당 전공학생에게 우선권을 줘 피해가 없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4학년 정모씨(26)는 “해마다 발표되는 등록금 상승률에 비해 학생들의 요구사항 반영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가을학기에도 ‘복불복’ 수강신청에 패배한 책임과 부담은 결국 대학생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인기 교양강좌의 경우 암암리에 매매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의 경우 자택에서 수업이 가능한 사이버 강의 수강을 위해 이미 수강권을 획득한 학생에게 금품을 주고 수강을 취소토록 한 뒤 즉시 자신이 신청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씨(25)는 “불법인 줄은 알지만 졸업사정상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매 학기 학생들의 수요와 요구를 수용, 원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족한 점이 발견되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시스템 상 안정성 등은 많이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asam1225@fnnews.com 정윤식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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