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제개편,‘낮은 세율 넒은 세원’의 조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5 21:01

수정 2009.08.25 21:01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제개편의 기본 방향을 '낮은 세율 넓은 세원'으로 합의한 것은 재정지출 확대와 조세 감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재정 확대와 민생안정을 뒷받침할 감세정책이 필수적인 현실에서 재정건전성까지 지켜야 하는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 방향을 '낮은 세율, 넓은 세원'으로 잡은 것은 이러한 삼중 부담을 효율적으로 절충해 정책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실질적인 증세와 다르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 야당의 정략적인 반대와 이로 인한 비우호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감축은 약속대로 실행에 옮기는 등 정부로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미 보도된 대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일몰을 비롯해 경기진작 정책과는 엇박자를 이루는 것도 적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이번 세제개편의 특징은 고소득 전문직의 과표 양성화, 금융관련 과세제도 정비를 통해 10조5000억원 규모의 세수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정성 확보가 시급한 현실에서 세수를 10조원 이상 늘릴 수 있다면, 그것도 대부분이 고소득층 부담이라면 '증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우리 세제의 특징이자 흠인 '복잡한 세금감면 제도'를 알고도 정비하지 못한 원인은 여러가지로 분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정치적인 배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에 손을 대는 것이 선거에서 표를 잃는 것과 다르지 않은 현실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용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각종 감면제도의 일몰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일단 높이 평가해야 한다. 특히 경기진작이라는 글로벌 명제를 안고 있는 시점에서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제도 개편에 용단을 내린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적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 정치권은 정략적 논쟁에서 벗어나 보다 진솔하게 접근, 정부의 용단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