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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프렌들리] ⑤ 토종 외식업 지원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5 19:04

수정 2014.11.05 11:52



#1.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초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정부 자금을 지원받으려 했지만 외식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은행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사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물류센터를 준공했다. A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이자부담이 늘어난 데다 올해 상반기 내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신규 가맹점 개설이 지지부진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2. 분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B사장은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 본사 경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본사를 보호해 줄 만한 장치가 없어 본사의 조리 및 운영 노하우를 습득한 가맹점들이 개인점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가맹사업법에 본사를 보호해 줄 만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거나 별도의 지원법안이 있어야 본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스타벅스, 피자헛,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배스킨라빈스는 각각 커피, 피자, 패밀리레스토랑, 아이스크림 분야 국내 1위 외식기업들이다. 국내 외식기업의 경우 롯데리아가 패스트푸드 업계 1위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외국계 브랜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벽은 여전히 높다.

■외식시장 규모 58조원인데도 대표 브랜드는 외국계

국내 외식 시장은 연간 매출액이 58조원에 달하고 업체 수만 75만개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3000개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60∼70%가 외식 브랜드로 추정된다. 적게는 1800개, 많게는 2100개의 외식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외식 브랜드 가운데 피자헛이 지난해 4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배스킨라빈스 3500억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2750억원, 스타벅스가 171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종별 1위 글로벌 외식 대표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이 외에도 맥도날드, 버거킹, 도미노피자, 커피빈, KFC 등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은 국내 외식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각 분야에서 토종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고는 있지만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에는 아직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놀부, 비비큐, 할리스를 비롯한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들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꾀하고 있지만 수출지원 정책이 제조업에 국한돼 있어 이들이 실제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사례는 드물다.

한식세계화사업 이후 한식메뉴로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외의 기업이 정부의 자금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외식산업진흥법 마련 기대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외식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어려운 점으로 정부의 지원 부족과 관련법의 부재를 꼽는다. 외식업소의 위생은 식품위생법에, 식품과 관련된 유통은 식품산업진흥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조리하는 시스템을 식품산업으로 규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 초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외식산업진흥법을 발의하고 지난 4월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한국 외식산업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외식 업계는 현재 계류 중인 이 법안의 연내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 몇년간 유사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양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식세계화를 위한 수출지원 정책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는 외식기업들을 위한 기금 조성, 전문인력 육성방안 등이 담겨 있다. 또 업계의 취약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물류와 전산망을 공동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우수한 외식기업을 발굴하는 인증제를 통한 신뢰도 제고 등도 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법안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박원휴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의 16.4%가 해외에 진출한 경험이 있지만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수출지원 정책이 외식업에 대한 빗장을 풀지 않는 한 마스터프랜차이즈(판권 판매) 방식 외에 직접진출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식산업진흥법을 통해 국내 기업의 체력을 강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식세계화는 물론 국내 외식 브랜드의 글로벌화도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