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대구에서 열린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삼성SDI 부스 앞에 유난히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상은 색색깔의 유리로 된 유리창이었다. 이 유리창은 바로 세계 최대 크기(37×40㎝)의 ‘염료감응 태양전지’(DSSC:Dye Sensitized Solar Cell) 모듈을 연결해 만든 건물통합형 발전용 윈도였다. 언뜻 보기엔 일반 유리창 같은 ‘DSSC’는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 염료가 태양광을 흡수하는 원리로 전기를 발생시킨다.
세계 최대 면적의 염료감응 태양전지 개발을 지휘한 이지원 연구원은 “DSSC를 적용해 선보인 건물통합형 발전(BIPV)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외벽을 태양전지로 대체해 건물 자체에서 발전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태양광과 건물 자체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소면적 DSSC’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하지만 삼성SDI가 ‘대면적 DSSC’ 개발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그러나 대면적 DSSC 개발은 쉽지 않았다. 아직 연구단계인 DSSC를, 그것도 세계 최대 크기로 만든다는 것은 모든 과정이 낯선 도전이었다. 실제 연구팀은 소형 위주로 만들어진 제조공정을 비롯해 코팅, 열처리 등을 대형에 맞춰 새롭게 개조했다.
강문성 연구원은 “수없이 많은 조건으로 실험을 하다 보니 밤낮이 따로 없었다”면서 “외장재라는 개발품의 특성상 성능실험을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실외에서 수십번 현장테스트를 실시해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멈춤 없이 진행되던 대면적 DSSC 제작은 대면적 모듈 제작 과정에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고민 끝에 문제의 해답을 삼성SDI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서 얻었다. 연구원들은 DSSC의 제작공정이 디스플레이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대면적 PDP 모듈 제작기술을 DSSC 모듈에 적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병철 연구원은 “단순히 제작공정이 비슷하다고 해서 전혀 다른 PDP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며 “대형 PDP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고작 6개월여 만에 세계 최대 면적의 DSSC 개발에 성공했다. 한발 나아가 삼성SDI는 고층 건물의 창호 크기에 해당하는 미터급 모듈 개발을 통해 건물일체형 태양전지 시장에 진출키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삼성SDI가 또다시 ‘DSSC’라는 신형 날개로 태양광시장에서 높이 비상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삼성SDI가 소형 태양전지 모듈로 만든 건물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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