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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니콜 왜 강한가] (2) 혁신과 창조.. 그리고 마케팅의 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24 18:30

수정 2014.11.05 11:06

▲햅틱 아몰레드 마케팅에서 톡톡히 한몫하고 있는 광고모델 손담비.



지난 21일 오전 7시 반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 쪽으로 가는 열차 속 풍경은 다채로웠다. 기자가 유심히 살펴본 결과 같은 칸에 탄 33명 중 3명은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하고 있고 또 다른 3명은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게임 등 콘텐츠를 이용(12명)하거나 드라마·영화를 시청(5명)하는 등 ‘보는’ 용도로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17명이나 됐다.

▲8월 29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와이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전문 댄스팀이 관중들과 함께 응원하며 ‘햅틱 아몰레드’를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마케팅의 답을 찾았다.


‘보는 폰’ 콘셉트의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조진호 한국총괄 애니콜영업팀장(상무)은 “우리가 ‘보는 휴대폰 시대’란 마케팅을 기획했지만 이미 한국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보는 데 쓰고 있었다”며 “우리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을 뿐”이라 말한다.

■‘탁월한 기술과 애칭을 조합하다’

‘보는 휴대폰’ 마케팅엔 신선한 충격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창조와 혁신이 필수적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애칭(펫네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선 이름부터 혁신적인 것이어야 했다.

‘부르기 쉽고 듣기 좋으면서도 혁신적인 이름은 과연? 결론은 ‘아몰레드’였다. ‘아몰레드’는 부르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그대로 알려 준다는 의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아몰레드 아몰레-몰레-몰레’가 반복되는 후크송(Hook Song,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사가 반복되는 노래)을 퍼트리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아몰레드’를 올려놓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아몰레드’와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연계해 기술을 배우게 됐다.

또 AM OLED가 별도의 뒷면 조명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체발광’이란 단어를 마케팅에 적용했다. ‘자체발광 햅틱 아몰레드’ 광고는 최근 한국CM전략연구소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광고효과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제품 이름 하나만으로 차세대 AM OLED 휴대폰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쌓는 효과를 얻었다.

삼성은 지난해 풀터치스크린폰 시장을 잡기 위해 ‘햅틱(Haptic)’을 내놨을 때도 촉각을 이용한 인터페이스(사물-사물, 사물-사람 간 의사소통의 매개체) 기술인 ‘햅틱’을 제품 애칭으로 붙이고 ‘만지면 반응한다’는 마케팅 개념으로 제품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차세대 시장을 공략할 핵심기술의 이름을 제품명으로 붙여 경쟁사를 따돌리는 전략은 이번 ‘아몰레드’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버무리다’

삼성전자 마케팅전략의 키포인트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다. 광고와 음악·드라마를 융합시켜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지난 2004년 이미 ‘가로본능폰’으로 ‘보는 휴대폰’의 원조를 자처한 삼성전자는 그해 이 마케팅 기법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었다.

권혁민 애니콜마케팅 차장은 아몰레드 광고모델로 손담비를 발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음악드라마로 꾸몄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형식을 이번엔 상황극으로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권 차장은 “손담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들이 나선 ‘햅틱 아몰레드’ 실제상황극의 온라인 조회수는 3주 만에 1000만회를 넘어섰다”며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라고 힘줘 말했다.



■‘혁신 마케팅’, 실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주는 답을 창조와 혁신으로 버무리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역량은 바로 탁월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햅틱 아몰레드’는 지난 6월 말 국내에서 출시된 이후 9월 중순 현재 33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월 10만∼15만대를 판매한 셈이다. 중·저가폰도 월 10만대 이상 팔리면 ‘대박’으로 평가되는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햅틱 아몰레드’는 약 90만원에 이르는 고가임을 감안하면 대성공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또 다른 마케팅 혁신을 시도 중이다. 삼성은 아몰레드에서 성공한 경험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출시할 풀터치폰 ‘코비’의 마케팅으로 이어가 또 한 번 창조적 마케팅을 실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태준 애니콜마케팅 차장은 “77만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연아의 햅틱’은 팬클럽에서 요청해 기획한 휴대폰”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꼼꼼히 살피고 전문가 수준의 ‘파워블로거’와 인터뷰하면서 고객들에게서 마케팅의 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에서 공항에 무료 휴대폰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현지특화 마케팅을 벌여 지난 2·4분기까지 4분기 연속 미국시장 출하량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국가별로 소비자 성향과 현지문화를 고려해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삼성 모바일 라이브’ 전략으로 세계 휴대폰업계 1위의 노키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