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개월 영아 콩먹다 질식,어린이집 과실책임 80%”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5 18:39

수정 2009.10.15 18:39



어린이집에 맡겨진 생후 20개월 아기가 급식 반찬으로 나온 ‘콩’을 집어먹다 질식, 중증 뇌손상을 입은 사고에 대해 어린이집 측에 80%의 과실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조원철 부장판사)는 이모군(4)과 가족이 서울 성북구 J어린이집을 운영하는 H재단과 이모 원장, 오모 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모두 4억4400만원을 공동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군은 생후 20개월이던 2007년 6월 J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던 중 잔멸치와 함께 볶은 콩 2∼3알을 손으로 집어먹다 기도가 막히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원장 이씨와 교사 오씨는 차례로 이군의 등을 두드리며 목에 걸린 콩을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고 119 구급차마저 도착이 늦어지자 근처 소아과 병원으로 이군을 옮겼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한 이군은 이미 의식을 잃은 데다 입술이 산소 부족으로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날 정도로 호흡곤란이 악화, 의사의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가 소용이 없었다.

결국 부모는 이 사고로 이군이 온몸이 마비되고 정신수준이 신생아 정도에 불과한 뇌장애를 평생 안고 살게 되자 11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장 이씨 등은 이군이 또래 영아들에 비해 치아발육이 늦어 사고 당시 아래, 위 각 4개씩의 앞니만 난 상태에서 반찬에 들어 있던 흰콩을 씹어 먹기가 곤란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콩을 으깨는 등 섭취하기 용이하게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제공, 이군이 씹지도 않고 삼키다 상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이 초기 대응과정에서 이군의 등만 두드렸을 뿐 인공호흡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119 구급대를 기다리다 뒤늦게 인근 병원으로 후송한 것은 보육시설 운영책임자와 보육교사에게 요구되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군의 부모가 당시 불과 20개월에 불과한 이군을 맡기면서 치아 발달 정도나 식습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며 어린이집 측 과실을 8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운영을 위탁한 성북구에 대해서는 “지도·감독 범위 밖의 사고”라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