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20대 여성이 인플루엔자A(신종플루)에 감염돼 숨지는 등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종플루 거점병원은 확진을 받으려는 환자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국내 최초로 의료진을 대상으로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한 주요 거점병원은 차분함을 유지해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를 믿고 예방수칙을 잘 지켜 주신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의료진 백신 접종 원활하게 진행
27일 의료진 대상 신종플루 백신접종을 실시한 거점병원들은 차분했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전 직원에게 공지사항을 돌려 사전접수를 마쳤다”며 “감염관리실에서 백신접종 위험자 등에 대해 공지했기 때문에 부적격자는 사전에 걸러진 셈”이라고 말했다.
문진을 맡은 전민철 인턴은 “접종하기 전에 혹시라도 계란 알레르기, 기타 백신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오전 중에 400명가량 접종을 마쳤고 질서있게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으러 온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는 “병원근무자가 감염되면 열흘이나 결근해야 한다”며 “이 경우 병원이 마비되고 보건체계가 무너질 수 있어 맞으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접종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업위생기사 홍성환씨는 “주변 직원들 중에 절반 정도는 백신 부작용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집에 어린 조카가 있기 때문에 주변에 감염전파자가 되어 피해를 줄까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확진 여전히 힘들다
“죄송하지만 다른 병원으로 가주세요. 지금 기다리시는 분들만 100여명이 넘었습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종플루 진단진료소의 접수 담당자가 줄지어 서 있는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을 향해 외쳤다. 27일 오후 2시에 당일 접수가 모두 마감된 것이다.
정부가 지난 26일 모든 급성 열성 호흡기질환자에게 검사없이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도록 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거점병원의 과부하는 여전했다.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이 동네 의원에서도 진료·처방을 받을 수 있는 데도 거점병원으로만 몰렸기 때문이다.
김모씨(52)는 “동네 의원에서도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약을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큰 병원에서 확진을 받고 싶어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환자들 줄을 세우던 보안요원 김모씨는 “4∼5일 전부터 사람이 밀리기 시작했다”며 “오전에 150명가량 검진했지만 250여명가량 밀려 있기 때문에 내일은 늦어도 오전 8시 전에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진료소에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접수대와 대기장소에 몰려 있었다. 여모양(17·여)은 “기침하고 머리가 아파서 예약을 하고 검사를 받으려고 왔다”며 “학교수업도 마치지 못하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예약시간에 검사를 못받을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진료비가 병원마다 달라요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 문제로 환자 보호자와 병원 관계자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선 ‘열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적용을 안해준다’며 의료진에게 따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최모씨(49)는 “‘보험이 적용되면 10만 8200원이고 적용안되면 16만5000원이냐’고 의료진에게 따졌더니 보험적용을 해줬다. 보험적용 여부가 너무 자의적인 것 같다”며 화를 가라 앉히지 못했다.
실제로 병원별로 확진검사비용 등의 기준이 차이가 나고 있다. 그 이유는 보험적용 여부와 검사시기 때문. 신종플루 확진검사의 보험적용 대상은 37.8도 이상의 발열, 콧물(코막힘), 인후통, 기침 증상 중 1개 이상의 증상이 있어 입원 중이거나 신종플루 고위험군, 의사가 검사필요성을 인정한 환자 등이다.
건국대학교병원는 우선 비보험처리로 10만∼15만원가량을 지불한 후 검사 2∼3일 뒤 양성으로 판별되면 5만원가량을 환불받는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확진검사비용은 기본이 13만원이지만 음성으로 판별될 경우 4만∼7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한편 신종플루 진료 환자가 급증하면서 확진 검사 수요도 폭주하고 있다. 녹십자의료재단, 서울의과학연구소, 이원의료재단, 네오딘의학연구소, 삼광의료재단 주요 5개 수탁검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이후 신종플루를 확진하는 아르티피시아르(RT-PCR) 유전자검사 의뢰가 이전에 비해 많게는 10배가량 급증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김태호 손호준 인턴기자
■사진설명= 27일 오전 서울에 소재한 한 거점병원에서 유사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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