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실수로 낸 화재’ 책임 커진다/김제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현형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12 16:48

수정 2009.11.12 16:48



옛말에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 불구경이란 말이 있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빗대서 하는 말이지만 정작 구경꾼 자신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단언한다. 해마다 수많은 화재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가스사용이 보편화되어 이로 인한 화재발생 사고가 겨울철에만 집중되지 않고 사시사철 특히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화재사고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여 자신의 손해는 물론이고 인근 상가의 손해부분까지 거액의 손해배상을 부담하여야 하는 등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실수로 낸 화재(실화)의 경우 그동안 중과실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실화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및 법 적용중지 결정을 내리고 이어 올 5월 8일 관련내용을 반영한 실화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가벼운 실수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옆집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었으나 이제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개정된 실화법에 따르면 실화가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화재의 원인 및 피해규모 등을 고려하여 법원에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지만 경감 여부 및 정도를 예측할 수 없어 화재 유발자와 피해자간의 분쟁이나 화재 유발자가 다수인 경우 배상책임 주체간 연대책임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어 개정된 실화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개인 및 사회의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실화법 개정 이후의 법원 판결사례를 보면 지나가던 행인이 던진 담배꽁초가 분식집 환풍기를 통해 들어가 화재가 발생하여 옆 점포까지 번진 사건에서 분식집 주인은 화재원인이 정체 미상의 사람에 의한 것이고 중과실도 아니므로 옆 점포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음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실화법에 대한 헌법 불합치 및 법 적용중지 결정에 따라 분식집 주인의 배상책임이 있음을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다행히 분식집 측에서 별도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어 5000만원 상당의 피해액을 직접 배상할 책임은 면했으나 실화법 개정의 취지를 반영한 판결로서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거주지 밀집화가 가속되어 현재 전체 국민의 약 6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밀집된 상가의 소규모 점포영업을 하고 있어 크고 작은 화재사고 발생시 실화법에 따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화재사고의 원인에 대한 2008년도 통계에 따르면 ‘부주의’ 및 ‘기타 실화’로 인한 화재사고가 전체의 50.1%(24,875건)이며 재산 피해액도 31.3%(약 1,200억원)로 화재원인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주의’의 구체적 사례를 보면 담배꽁초 방치나 음식물 조리, 쓰레기 소각, 빨래 삶기, 불꽃놀이 등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앞으로는 중·서민층의 가계 경제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준비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택화재보험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입률이 약 1%에 불과해 화재 및 배상책임 위험 등에 대한 대비가 매우 미흡한 수준임을 알 수 있는데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는 우리와 달리 위험을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보험에 국민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주택거주자의 96%, 일본의 경우에는 약 80%가 화재사고 등 주택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여 보험가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가입이 화재사고 자체를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만일의 사고시 경제적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비책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화재는 예방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나 실화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조그만 실수로 인한 화재라도 개인의 재정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법 개정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보험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보험회사 또한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상품을 지속 개발하여 보험산업이 우리사회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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