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공간 54만㎡ 확충 캠퍼스지도 확 달라졌죠”
“무한 경쟁체제 속에서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구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비 지원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국립대학의 재정여건으로는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3의 재정 수입구조를 구상했고 그 첫 결실이 부산대의 랜드마크가 된 효원문화회관입니다.”
부산대 정문 옆에 자리한 효원문화회관은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건립된 국내 대학 최초의 수익사업모델이다.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에서 이 같은 수익형 민자사업을 시도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할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수익사업 활성화는 세계적 흐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식이 부족하고 제약이 너무나 많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해외 저명대학도 수익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산대 역사상 첫 연임총장이란 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 6년 동안 부산대 캠퍼스의 지도를 확 바꾸어 놓았다. 그 사이에 대학발전기금 조성, 주요 국책사업 유치, 그리고 시설예산으로 특별예산 1조원을 마련해 개교 후 지난 57년 동안 확보한 시설공간보다 큰 규모의 교육·연구시설을 확충했다. 총 25개의 건물을 완공했고 13개의 건물을 건립중이며 8개의 건물을 리모델링함으로써 새로 확보한 공간의 총 면적만도 54만3012㎡(16만4260평)에 이른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 때문에 김 총장에게는 ‘토목형 총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다니지만 사실 그는 대학 발전의 ‘그랜드 디자이너’라고 할 만하다.
“교육·연구 인프라가 확충되자 교수들을 독려해 강력한 연구진흥책을 펼쳤지요. 교수들의 연구력이 국내 ‘톱 5’로 올라섰고 이 토대 위에 세계적인 연구그룹 및 기업들과의 국제산학협력을 견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 총장은 ‘발로 뛰는’ 총장이다. 총장실 안락의자에 앉아 있기보다는 촌음을 쪼개 하루에 10여 차례 학내외 미팅을 갖고 대학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총장은 대학이 시대적으로 요구받는 사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헌신·봉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인성과 지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 연구력 향상을 통한 싱크탱크 역할,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산학협력 등을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하는 게 대학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입니다”고 강조한다.
부산대와 밀양대의 통합에서 김 총장 대학 개혁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두 개의 대학을 물리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화학적 통합을 통해 정원을 과감하게 줄이고 캠퍼스를 특성화 시켰다. 부산캠퍼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기계와 조선·해양 분야를, 양산캠퍼스는 첨단의료 시설을 집적시켜 세계적인 의료허브를 구축했고 아미캠퍼스는 첨단의료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한 도시형 메디컬센터로 바꾸어 놓았으며 밀양캠퍼스는 나노와 바이오 분야로 특화함으로써 수도권 대학과는 차별화된 발전모델을 선보였다.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부산대는 국립대학으로서 기초학문 분야를 보호·육성하는 동시에 지방 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통해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교육, 문화, 경제 발전을 이끄는 싱크탱크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이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김 총장의 소신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운영돼야 합니다. 부산은 금융과 해운과 통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발전해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변호사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저 그런 변호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전문변호사, 해운전문변호사, 통상전문변호사를 키워내는 게 저희 대학의 할 일이지요.”
허준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의학계에서는 이를 폄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총장은 본인이 의사 출신임에도 정통 한의학에 대해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08년 국내 유일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을 개원함으로써 한의학의 과학화·세계화·산업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한의대와 차별화된 R&D 중심의 운영을 통해 한의학의 국가전략산업화를 도모하고 한·양방 협진체제 구축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수행함으로써 한의학의 발전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의학의 표준화와 과학화로 이룩한 성과를 세계시장을 상대로 산업화 한다면 국가 신성장동력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총장은 대학을 싱크탱크로 삼아 지역발전 동력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대학 발전 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마인드는 특화 발전을 주도하는 전문대학원체제 구축으로 이어졌다. 부산대는 현재 한의학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해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국제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실무능력과 이론을 겸비한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120명의 입학정원으로 올해 개원했고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올해 두 번째 신입생을 맞으면서 양산캠퍼스에 정착했다. 또 지난 2006년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한 의학전문대학원은 부산(아미)과 양산에 두 개의 대학병원을 갖추고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고 있으며 치의학전문대학원은 부산·경남의 유일한 치과의사 양성교육기관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2004년 문을 연 국제전문대학원은 석사학위 과정에 국제통상, 해외지역연구, 국제물류 및 항만관리, 국제협력, 한국학 등 5개 전공을 두고 있습니다. 5개의 전문대학원 체제는 명실상부하게 부산대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견인할 것입니다.”
의사 출신 총장답게 그는 대학을 한 명의 환자로 본다고 한다. 중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한 후 처방을 내려야 한다. 부분적인 진단으로는 환자를 고치기 힘들고 병이 덧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종합적인 진단을 한 다음에 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가 교육·연구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6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연구중심대학으로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랜드 디자이너’로서 김 총장의 치밀하고 과단성 있는 행동 덕분이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에 따르면 부산대는 2008년 500위권에 머물렀지만 2009년 평가에서는 140계단이나 상승한 세계 37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에도 김 총장은 구성원들의 협조 덕분일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그의 겸양의 미덕을 볼 수 있는 일화 한토막. 지난 2006년 5월, 개교 60주년을 맞아 기념 계단이 조성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작은 명문비가 같이 제작됐다. ‘60년의 역사, 60억의 미래로’라는 명문장이 새겨진 비문 말미에는 ‘김인세 부산대 총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본 김 총장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세운 기념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사비를 들여 다시 비문을 새겼다는 후문이다. “부산대의 역사 속에 ‘김인세’라는 이름은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함을 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변명이다.
■김인세 총장은…
1947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연세대에서 의학석사, 한양대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미 컬럼비아대와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으며 지난 2003년 9월 제17대 부산대 총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07년 부산대 역사상 첫 연임 총장이 됐다. 대한마취과학회 회장, 그린닥터스 상임대표, ‘부산을 바꾸자 추진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휴머니즘적 사고를 배양하라”고 당부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부산대를 미래지향적 대학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그랜드 디자이너' 김인세 총장은 "시대의 흐름을 리드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소양을 갖춘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사진=김범석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