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현장클릭] 효성이 던진 M&A시장의 교훈/김승호기자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16 18:08

수정 2009.11.16 18:08



자기보다 몸집이 큰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보겠다고 나선 효성이 결국 손을 들었다.

효성은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와 관련한 특혜시비 등 전혀 사실무근인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된 것’을 인수 철회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하이닉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효성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단독으로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선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효성의 재력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마치 새우가 고래를 먹어치우는 꼴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를 비유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두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증권시장 내 전문가들도 하이닉스가 효성의 품에 온전히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열명 중 한 둘 정도였다. 심지어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두 회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밝히자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기’보다는 ‘당연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물론 당일 효성의 주가는 가격제한폭 가깝게 급등했다. 시장이 효성의 ‘포기 결정’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시장은 그렇다.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대해 효성측의 이야기대로 ‘오해나 억측, 루머’를 통해 시장 스스로 기업이 갈 길을 알려준 것이다. 효성은 오히려 시장에 감사해야 한다.

올 연말 이후 당분간 증시의 최대 관심은 기업들의 M&A가 될 것 같다. 대우건설, 외환은행,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푸르덴셜투자증권, 금호생명 등 벌써부터 굵직 굵직한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와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예정하고 있다.

앞서 우리는 많은 기업이 M&A를 통해 또다른 기회를 창출한 예를 심심찮게 봐 왔다.
그러나 반대로 M&A가 그 기업의 앞길을 막는 족쇄가 된 예도 목격할 수 있었다. 반도체 진출에 야심을 품고 관련 업체를 인수했던 동부그룹, 한때 M&A 시장의 사냥꾼으로 군림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좋은 예다.
대형 M&A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기업들은 시장이 알려준 타산지석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bad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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