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180㎝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된 루저를 활용한 유통업체들의 마케팅이 한창이다.
루저는 패배자, 낙오자라는 뜻으로 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키가 작은 고객의 약점을 파고 들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 이를 구매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약점을 꼬집는 이 같은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법하지만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면서 루저 마케팅이 온라인몰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 11번가 등 온라인몰들은 루저 발언 이후 루저들을 위한 깔창, 키높이 구두 등 관련상품 기획전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13일부터 ‘180㎝ 넘으면 판매하지 않습니다. 키높이의 모든 것 루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콘셉트로 한 ‘루저 탈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키높이 구두, 운동화, 깔창 등 루저를 위한 아이템을 모은 이 기획전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고 12%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11번가는 루저들의 설움을 달래주는 듯한 ‘돈 워리 비 해피’기획전을 통해 키높이 구두와 운동화, 각종 신발 깔창 등을 25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아예 ‘루저의 난, 오늘만 이 가격’ ‘언제까지 루저로 사실 건가요’ 등 루저 발언을 패러디한 이색 홍보문구를 앞다퉈 내걸고 있다. 키높이 구두와 깔창뿐만 아니라 키가 커 보이는 옷을 의미하는 ‘루저룩’, ‘180㎝ 미만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의류상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온라인몰에서는 관련상품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루저 발언 파장 이후인 지난 10∼16일 키높이 구두의 판매량은 전주 대비 최대 2배가량 급증했고 깔창 판매량도 20% 이상 늘어났다. 또 쇼핑몰 내 상품 검색순위에서 루저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키작은 사람의 캐릭터가 앙증맞게 그려진 일명 ‘루저티셔츠’도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기를 얻고 있다.
옥션은 지난 10∼16일 남성 키높이 구두 판매량이 전주 대비 2배가량 늘었다. 하루 평균 150개나 팔릴 정도로 키높이 구두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굽 5㎝ 이상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디앤샵에서는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급상승 검색어로 루저 티셔츠가 상위 5위에 랭크된 것을 비롯해 키높이 제품 매출이 전주대비 22% 증가했다. 디앤샵에서 판매 중인 패션브랜드 ‘반8’의 ‘루저티셔츠(1만4000원)’는 루저 논란에 대한 위트 있는 해석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파크와 롯데닷컴도 지난 10∼16일 키높이 상품의 매출이 전주 동기대비 20% 신장했고 11번가도 키높이 구두와 깔창의 매출이 각각 15%, 25% 증가했다. 롯데닷컴의 경우 여성용 깔창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루저마케팅’이 롱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신병철 브릿지 래보러토리 대표는 “논란이 지속되지 않는 한 루저를 활용한 마케팅은 다음주 쯤이면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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