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2010 이 선수를 주목하라] 심현화,성실로 무장한 ‘준비된 예비스타’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5 17:19

수정 2009.11.25 19:31

“저 이래뵈도 스포츠에 만능이었어요.”

갸름한 얼굴에 살짝 처진 눈…한눈에 봐도 참하고 선한 인상. 운동 선수라고는 도무지 연상이 되지 않는 외모다.

하지만 심현화는 어린 시절부터 수영, 볼링은 물론 유도, 합기도 같은 여자아이가 하기에 쉽지 않다는 스포츠까지 모두 섭렵한 스포츠 소녀였다. 자신을 빼닮아 남다른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막내딸을 대견해하던 아버지(심웅섭씨)가 심현화의 손에 골프 클럽을 쥐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관장님이 유도를 해보는 게 어떴겠냐고 아빠에게 말씀드렸는데 아빠는 여자아이니까 거친 운동보다는 골프가 낫겠다고 생각하셨던거죠.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던 1998년 3월 1일 골프를 시작했는데 그 날이 삼일절이기 때문에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웃음)”

심현화는 골프를 시작한 지 2년만인 2000년 MBC 한국청소년골프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크고 작은 대회에서 거둔 승수만 8승.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던 2001년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처음 선발된 뒤 2005년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할만큼 ‘될성 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했던 2006년 예상치 못했던 시련이 닥쳤다.
국가대표 선발이 좌절돼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꿈을 접어야 했고 그 해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온 것.

“비거리를 늘리려고 스윙을 바꾸다가 스윙 메커니즘이 엉망이 되어 버린 거죠. 어떤 대회에선 하도 OB를 내는 바람에 준비해 간 볼이 부족해 다른 선수에게 빌려야 했던 적도 있을만큼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어요.”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2007년.

오클라호마에 정착한 심현화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살이를 배웠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6개월 동안 클럽을 잊고 살았고 또래처럼 학교생활에 흠뻑 빠져보기도 했다. 부모님 보호 아래서만 편하게 운동했던 시절에 비한다면 외롭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1년 뒤 그는 성장이라는 달고도 값진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

2008년 귀국한 그는 2부 투어 시드전에서 탈락하면서 3부 투어로 발길을 돌렸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부터 절친했던 동갑내기 김혜윤(20·하이마트), 정재은(20·하나금융) 등이 1부 투어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럴수록 스스로를 다독이고 이를 악물며 드라이버를 잡아나갔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가 마무리될 무렵 드라이버가 잡히면서 평균 타수 74타 이내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정회원 자격을 얻게 된 그는 시드전을 거쳐 올 시즌 그토록 바랐던 정규 투어 무대를 밟았다.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한 심현화는 지난 9월 열린 메이저 대회인 신세계KLPGA 선수권에서는 3위에 오르는 등 두 차례 ‘톱 10’에 드는 성적을 냈다.
안신애(19·푸마골프), 양수진(18·넵스)의 신인왕 경쟁에 다소 빛이 가려졌지만 신인왕 부문 3위(587점)에 올랐고 상금랭킹 23위(7486만원)를 기록하는 등 소리없이 강한 활약을 펼쳤다.

22일 막을 내린 ADT캡스챔피언십을 끝으로 시즌을 마친 심현화는 이튿날부터 코치인 장재식 프로와 함께 산에 오르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바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런 심현화에 대해 장재식 프로는 “성실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라고 평할 정도. 심현화는 내년 1월 전지훈련을 떠나 올해 부족함을 느꼈던 드라이버와 쇼트 게임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드라이버보다 아이언에 자신있어요. 하지만 드라이버만 좀더 잡히면 불을 뿜게 되지 않을까요. 내년 시즌 1승을 빨리 거두기 위해 올 겨울 정말 열심히 땀을 흘려야죠. 볼을 잘 치는 선수라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노력으로 최고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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