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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밀가루 담합’ 승소 후폭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9 22:10

수정 2009.11.29 22:10



지난 5월 제분업체들의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SPC그룹의 내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C그룹은 샤니, 삼립식품, 파리바게크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제분업체와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지만 지난해 소송 제기로 협조 관계가 앙금으로 바뀌었다.

내년 밀가루 조달을 위해서는 이들 제분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지만 11월이 지나도록 공급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SPC그룹은 제분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 밀가루 조달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편한 SPC그룹과 제분업계

SPC그룹과 제분업체간 불편한 관계는 지난 5월 형성했다.



SPC그룹의 계열사인 삼립식품이 지난 5월 제분업체의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 재판부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에 각각 12억여원과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제분업체들은 SPC그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양사간의 거래 관계에 법적 잣대를 들이됨으로써 이미지를 훼손당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호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더이상의 계약은 필요 없다며 내년부터 SPC그룹과의 거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에 맞서 SPC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밀가루를 자체 조달하겠다는 장기적 전략 아래 밀가루 수급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분사업 진출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SPC의 밀가루 수급은 우리밀 가공업체인 밀다원이 생산하는 물량과 캐나다, 헝가리 등에서 수입하는 물량, 국내 제분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물량으로 이뤄진다.

SPC측은 지난해 인수한 우리밀 업체 밀다원의 노후화된 시설을 최근 교체하는 등 밀가루 가공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밀 사업을 확대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 밀가루에 대한 안정성 이슈를 비켜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금처럼 국내 제분업체를 통해 밀가루를 공급받을 경우 제분업체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PC 제분사업 본격 진출? 아니면 신경전?

업계는 SPC의 제분사업 본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제분업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SPC그룹의 밀가루 자체 수급 강화 움직임은 제분업체와의 공급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제분업계 구도에 SPC가 끼어들 경우 제분업체의 매출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약점을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SPC그룹 전체의 밀가루 소비량이 연간 10만t임을 고려할 때 제분사업 본격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제분사업의 경우 막대한 설비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SPC그룹 규모에 미뤄 제반여건 확보가 여의치 않겠지만 연간 밀가루 소비량이 10만t에 달하는 만큼 자체 수급에 일정 정도의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SPC측은 “밀다원의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밀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제분업에 본격 나서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그러나 안정적인 밀가루 조달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방안은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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