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칼럼] 위기는 기회다,왜?/김성호 주필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1 16:34

수정 2009.12.01 16:34



지구촌 전체의 장래가 위기에 부닥쳤다고 야단들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저출산이 문제다. 한국 가임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1.19명에서 1.22명 사이를 오르내리는데 이게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런 초저출산율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은 쇼크에 빠진다. 쇼크는 2050년부터 인구가 현재선 이하로 줄어든다는 예측에서 절정에 이른다. “아니 옆의 중국은 20억명을 자랑하는데 우리는 5000만명에도 이르지 못하고 오그라들다니 이런 선택이야말로 ‘국가의 자살’ 아닌가.”

기성세대가 충격에 빠질 동안 젊은 세대는 차분히 반성해보고 결론을 내린다.
“현재의 여건에서 저출산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할 때의 이중고, 살인적인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아이 하나도 버겁습니다.” 그래서 저출산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샌드위치 한국 경제도 헤비급 위기에 속한다. 예전에는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상품은 일본에 눌리고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 잠식당한다는 게 샌드위치 경제를 설명하는 관용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조선, 철강, 정유, 해운 등 주력 산업까지 중국에 밀리고 있단다. 일본을 따라갈 날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득하고.

북핵 리스크는 만성적 악성 위기에 속한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가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바로 휴전선 너머에서 남쪽을 노려보고 있다면 등골이 오싹해질 게 당연하다.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의 운명도 김정일의 술수로 풍전등화 격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 가스 감축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산화탄소는 온난화의 주범인데 한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세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한국에 쏠릴 무렵 이명박 대통령은 “202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줄이겠다”고 내외에 선언했다. 석유와 석탄을 유난히 많이 소비하는 한국으로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야말로 온 나라가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때의 ‘필사적’은 비유어가 아니고 진정한 말이다. 섣불리 줄이면 나라의 경제가 죽고 제대로 줄이지 못하면 나라의 체면이 죽을 판이다.

그러나 천만다행하게도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온다는 말은 진실인 것 같다. 이 말은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다 큰 발전을 기할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은 과거 이런 경험을 많이 했다. 최근의 위기 대응책 가운데 괄목할 만한 것으로 지난달 25일에 발표된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를 들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저출산으로 빚어진 노동력 부족을 해외에서 보충하려 하고 있다. 외국 노동력 수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동포 복수 국적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 노동시장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인력은 많다. 가까이는 동남아 신부(新婦)로부터 멀리는 시베리아와 만주벌의 한국족들이 그들이다. 미주대륙에는 영어를 기차게 잘 하는 동포2세 고급 인력들이 귀국 용의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인 늘리기는 바로 이들을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땅에는 ‘갑자기 올 수도 있다는 통일의 그 날’을 기다리며 수백만 우수 노동력이 대기하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지금의 저출산은 위기도 아니고 재앙도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위기를 극복하려는 녹색 성장전략, 북핵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그랜드 바겐 제안, 샌드위치 경제에서 탈출하려는 핵심부품 기술개발 전략 등이 모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위기는 국정을 마비시키는 ‘3류정치의 위기’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가령 ‘위기해소 특별법’이라는 신통력을 가진 법을 마련했다고 치자. 이것을 국회가 틀어쥐고만 있으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법치국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대작업도 법에 정한대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싸움질로 허송세월하는 3류 정치의 위기도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까.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