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선거철이 다가왔지만 예년에 비해 열기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어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서 최소 투표율 50%에 못미쳐 무표 처리가 속출하는 등 학생들의 외면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 선거철이라면 으레 이뤄지는 선거유세와 후보자간 공약 경쟁이 줄어든 대신 후보 상호간 폭로전 등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학생회 필요성에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학생회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고려대 오승훈씨(21·문예창작학과)는 “대외 활동에 비해 대내적인 활동은 생각보다 미미한 것 같다”며 “학교와 협의해 등록금 동결을 이끌어 낸 것 외에 손에 꼽을 만한 성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려대 총학생회는 소위 ‘운동권’으로 대외활동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운동권이 대세이던 예전 대학가 분위기와는 달리 오씨와 같이 학생에게 돌아오는 가시적인 혜택이 부족한 대외 활동보다 대내적으로 실제 성과를 요구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은 항상 비슷비슷하기만 한 학생회의 공약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연세대 안준용씨(26·신문방송학과)는 “투표라는 게 주변의 분위기나 전체적인 호응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요새는 다들 안 하는 분위기”라며 “개인적으로는 선거후보의 공약이 별반 다를 바 없고 누가 당선되든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투표를 더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은우씨(21·컴퓨터통신공학과)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귀찮았다기보다는 선거 공약이 등록금 동결과 같이 천편일률적일 뿐 아니라 후보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문제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 정유진씨(21·경영학부)는 “학생회 선거라는 중요한 행사에 학생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다”며 “투표율도 저조할 뿐 아니라 학생회의 공약이나 선거 일정과 같은 선거 세부 사항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공정하지 못한 선거의 운영방식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당초 3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한 후보가 사전 선거운동 등 3회 경고 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했고 다른 한 후보는 ‘공정 선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선거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면서 선거를 보이콧하는 학생도 속출하는 등 문제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누적 투표율 20.41%로 선거는 무효화됐고 재선거에 들어간 상태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김지훈씨(25·사회학과)는 “전반적으로 학생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 같다”며 “학생들이 학생회의 정치활동 등에 회의적이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학생회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가 마련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상호 소통의 문제를 제기했다.
/freechen@fnnews.com 이기훈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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