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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 無임금’ 기준 노조 1만이상 사업장 11곳뿐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1 22:31

수정 2009.12.01 22:31



한나라당이 제시한 복수노조 허용시기 3년 유예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선별 시행이란 절충안에 대해 산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산업계는 내년을 한달여 앞 둔 상황에서 갑작스런 절충안이 나오자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내년도 사업계획 및 경영환경 예측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일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 금지 대기업부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상임 부회장 등과 국회에서 가진 노동현안 관련 4자 회담에서 복수노조 허용시기를 3년 유예하고 노조원 1만명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절충안이 노사 양측의 협상에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절충안 제시와 함께 4자 회담에서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2일까지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해 합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한나라당 소장파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은 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를 찾아 노동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입장과 상반되는 노동관계법 대안을 제시해온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 노력과 함께 한나라당과 한노총의 정책연대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장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에서 민본21이 역할을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고민 깊어지는 기업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날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관련 입장'이란 공식 자료를 통해 "현행 법대로 내년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한나라당이 지난달 30일 4자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달 2일까지 노총과 경총이 합의해 줄 것을 종용했으며 이에 노총과 경총도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현행 법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 변화가 예상돼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절충안에 해당되는 곳은 고작 11곳에 불과하다"며 "현실에서 강행법률 시행 여부의 기준을 1만명으로 삼는 것은 극소수의 사업장만 집중 규제하겠다는 취지로 법률의 보편적 가치로서의 타당성조차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는 한나라당의 복수노조 3년 유예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록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을 유예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내년에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재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고 이에 따른 재계의 고민도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한국노총이나 한나라당의 절충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지 않다"며 "정부나 정치권에서 자꾸 입장을 바꾸면 기업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영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산업계가 걱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순탄하게 넘겨 올해 3·4분기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모범국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두바이사태를 비롯해 세계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는 '더블딥'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절충안'을 통해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경우 재계는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2월이면 내년도 사업계획을 사실상 확정하고 인사를 단행하기 위한 마무리를 하는 시기"라며 "이런 때에 노사문제와 같이 민감한 이슈가 경영의 변수로 부상하면 사업계획 자체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정치권의 입장이 확정된 게 아니라며 한나라당의 절충안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이야기되는 내용은 논의의 필요조차 못 느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 김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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