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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오케스트라 지휘에서 배우는 기업경영“갭을 줄여 흐름을 완성하라”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2 16:50

수정 2009.12.02 16:50



■클래식 리더십(로저 니른버그·에쎄)

“이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이끄는 동안 소리의 미세한 차이까지 모두 꿰뚫고 있는 사람 같았다.”

꼭 그랬다. 내 기억엔, 2008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의 첫인상이랄까. 짜릿한 전율 비슷한 감정을 아마 느꼈던 것 같다. 왜 ‘마에’로 이름이 통하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그것이 마에스트로 즉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의 지휘자란 걸 알게 되었다. 아무튼 강마에는 괴팍한 지휘자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연주자들과 리허설을 하면서 윽박지르고 닦달하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심지어는 ‘똥덩어리’라는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기에 최고의 연주를 하려면 다 저렇구나 하고 괜한 오해를 샀던 적이 있다. 만약에 지휘자를 최고경영자(CEO)에 견준다면….

이런 무지와 오해를 와장창 깨부수는 책이 나왔다. 로저 니른버그의 ‘클래식 리더십’(에쎄 펴냄)이 그것이다. 이 책은 드라마 속 장면과는 완전 다른 리허설(무대는 단원들끼리 수평적이며 상호 협조하는 분위기)과 마에스트로(로저 니른버그)를 다루고 있어 호기심이 생긴다. 흥미롭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더구나 오케스트라와 기업 경영이 무관하지 않다는 걸 거듭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몇 년 전에 나왔던 비슷한 책 ‘리더십 앙상블’(세종서적)과 대동(大同)하되 한편 소이(小異)하다. 리더십 앙상블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의 수평조직 혁명’을 강조하나 이 책은 지휘자도 있는 뮤직 패러다임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제시한다.

‘뮤직 패러다임’은 회사의 경영자나 리더들을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리더십 컨설팅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실제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책의 저자인 로저 니른버그는 기업 경영자와 있었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니른버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상호 관계와 마찬가지로 경영자와 기업의 리더십에 많은 교훈과 영감을 준다는 놀라운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렇다. 한 편의 우화 형식에 비밀의 노하우를 담아 드러내는 이 책은, 리더십에 간절히 목마른 독자로 하여금 마치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새벽길로 잘 안내하는 셈이다.

이야기의 화자는 ‘나’다. 독자는 나를 따라가면 된다. 나, 전형적인 합리주의자인 화자는 과학적인 통계자료와 시장조사를 토대로 과학적인 회사 경영을 해온 인물이다. 한때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원해주는 ‘용병 CEO’로서 자신의 입지를 잘 다져왔으나 현재는 새로운 기업에서 형편이 여의치 않다. 리더십이 과거 영광처럼 재현되지 않아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조직 구성원들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좀처럼 리더십이 살아나지 않는다. 암초를 만나는 난항을 겪는다. 더구나 오너(회장)에게 문책도 듣는다. 해고될 위기상황에 직면한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자네가 이끄는 팀 내부에서 협동 작업이 형편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게다가 자네의 리더십에 불만을 느끼는 직원도 있고 말이야. 일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 같지 않아서 하는 말일세.”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의기소침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딸의 바이올린 선생에게 그가 소속된 오케스트라에 새로 부임해온 마에스트로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이때부터 위기는 기회로 반전한다. 순항의 길을 찾기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에 참관하면서다. 하나하나 잘못을 잡는다. 마침내 ‘갭’을 줄여나가는 깨달음과 클라리넷에서 번쩍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걸 발견한다. 리더십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책으로 기대해도 좋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사진설명= '클래식 리더십'의 저자이자 지휘자인 로저 니른버그(왼쪽)가 자신이 운영하는 리더십 프로그램 참가자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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