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크리에이티브 디지털 스토리] (34) 아진스크린 품질혁명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2 17:24

수정 2009.12.02 17:24



“차라리 이 회사(아진스크린)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

삼성광주전자의 구매팀 관계자가 올 초 아진스크린을 방문해 품질 불량 상태를 점검한 후 토로한 솔직한 심경이다.

당시 아진스크린의 품질 불량률이 7.2%까지 증가해 주거래처인 삼성광주전자로선 납품을 받지 못할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아진스크린이 품질 불량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위기에 처한 순간이다.

아진스크린은 가전제품의 앞면에 장식되는 ‘실크스크린 인쇄’ 기업으로, 삼성광주전자와 20년간 거래관계를 맺어 왔다. 따라서 삼성광주전자와의 거래 중단은 사실상 ‘아진스크린의 사업 중단’을 의미하는 일.

사정이 이렇자, 아진스크린 이후송 대표는 “초심을 잃지 말자”면서 임직원의 정신무장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노력도 악화된 품질 불량을 해결하지 못했다. 좀더 체계적인 분석과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결국 이 대표는 삼성광주전자에 도움을 청했다. 삼성광주전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공동 혁신팀’을 결성했다.

공동 혁신팀이 먼저 진행한 일은 작업장 환경조사였다.

그 결과, 엄격하게 통제돼야 할 도장실이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을 4개나 갖고 있다는 허점을 발견했다. 심지어 자재운반용 지게차까지 도장실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다.

공동 혁신팀은 대기오염을 꼼꼼하게 측정·분석하고 막연했던 품질 불량의 내용도 구체화했다. 그 결과, 실크스크린 인쇄는 특성상 대기중 먼지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흰색 계열을 주로 인쇄하면서 일명 ‘흑점’이라는 검은 반점이 발생한다는 것도 찾아냈다.

이뿐 아니라 품질에 영향을 주는 5미크론 이상의 먼지를 작업장 1㎥당 58개나 검출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렇게 불량 원인을 찾아낸 공동 혁신팀은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적으로 시작한 개선작업은 도장실 먼지 방지였다. 그 일환으로 작업자의 옷을 청정복으로 전면 교체했다. 이어 4개의 출입문 중 3개를 없앴다. 나머지 1개의 출입문도 3중으로 개조했다. 아울러 먼지를 깨끗하게 털어내는 에어샤워 장비도 설치했다.

일련의 불량원인 해결에 전념한 지 석달. 5미크론 이상 크기의 먼지는 기존 58개에서 8개로 줄었다.

이후에도 아진스크린은 먼지가 들어올 만한 건물의 모든 틈새는 전부 막는 등 혁신작업을 지속했다. 그 결과, 5미크론 이상의 먼지수는 2개 이하로 줄었다. 이로인해 품질 불량률도 2.7%로 낮아졌다.


아진스크린은 이런 혁신적인 품질 불량 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8월 삼성전자로부터 ‘협력사 혁신 우수상’을 받았다.

‘언제나 처음처럼’이란 경영이념 아래 아진스크린은 또다시 ‘불량률 0%’를 향해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 2일 광주광역시 대촌동 소재 아진스크린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이 김치냉장고 전면에 들어가는 유리에 꽃무늬를 인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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