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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매출 100원으로 봤던 회사..실제로는 2.8원뿐



기업 회생의 척도인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핵심인 향후 매출액의 편차 문제는 기업의 부실을 넘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 피해와 국가 경제 기반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법원은 회생 인가의 판단 근거인 기업의 현황과 미래 경제성을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만큼 회계법인이 내놓는 매출액 청사진이 불확실할 경우 자칫 회생을 인가한 사법부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 ‘매출액 편차’ 우려 수준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사법부와 회생 기업의 조사위원은 한 배를 탄 사이”라며 “이해관계인이 조사위원의 판단을 근거로 한 법원의 결정에 승복을 하지 않으면 신뢰성에 큰 문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이같이 걱정하는 것은 최근 법원이 자체 조사한 회생 인가 기업들의 사후 실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초 법원이 회생이 인가된 기업 10곳의 매출액을 조사해보니 8개 기업이 회생계획에서 전망한 매출액을 크게 밑돌았다.

매출 예측치 대비 실제 매출이 미달한 8개 기업의 달성률은 3곳이 80%대였고 5곳은 60%대 이하였다.

동원개발의 경우는 조사보고에서 예측한 3년간 매출액과 비교해 회생 인가 후 실제 달성한 매출액이 2.8%에 그쳐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 절차를 폐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파산부 관계자는 “1년간 실제 매출액이 매출추정액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발견되는 등 조사보고서상 예측치가 우려할 만한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며 “관리인이나 채권자의 이의제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은 현재로서는 조사위원들이 좀 더 심층적인 조사로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꿰뚫어 보길 바라고 있다.

조사위원이 과거 매출의 근거가 되는 여러 객관적인 조건이나 상황 변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거래처 면담조사, 분식회계 여부 확인 등 내용까지 조사보고서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최근 조사위원인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이 같은 당부를 전했다.

파산부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정확히 산정해 회생절차를 통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기반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계법인 “우리도 할 말 있다”

조사위원인 회계법인들도 매출액 편차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조사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매출액 추정은 업종에 따라 여러 방식을 혼용하는데 법정관리인에게 받은 계획을 근거로 보통 10년을 추정한다”며 “하지만 실제 인가가 나면 계획이 전혀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동원개발의 경우 역시 관리인 교체와 회사 조직 붕괴로 추정 매출액에 도달하지 못한 사례”라고 밝혔다.


신안회계법인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아무리 뒤져도 문제점의 반 정도 찾으면 잘 찾은 것”이라며 “회계사가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교묘한 문제가 많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인으로 전임 임원이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임명되다 보니 조사위원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움직임이 다르고 회생을 위해 거짓말하는 경우도 많다”며 “조사위원도 업종별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일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월등히 클 경우는 매출액 과다계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비슷할 경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비현실적 계획을 수립한 관리인에게 미이행시 사후 책임을 묻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