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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두바이,너무나 평온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2 22:30

수정 2009.12.02 22:30



【두바이(아랍에미리트연합)=조영신기자】 1일(현지시간) 두바이는 지난달 25일 전 세계 경제가 두바이의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소식에 화들짝 놀란 것과 달리 너무도 평온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두바이 사태의 진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두바이 현지로 왔지만 기대(?)와 달리 두바이는 여전히 두바이였다. 두바이월드의 재정난은 이미 알려진 터라 그리 놀라운 소식도 아니라는 게 두바이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바이월드 본사 앞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역시 평소와 같은 분위기였다.

두바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전 세계가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바이는 지난해 말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 한 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침체를 겪어 왔다는 것.

또 두바이 정부가 지난 10월 앞으로 3년간 1만2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두바이월드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월드의 재정난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지인들은 두바이 정부가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채무지불유예를 요청,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심리적인 면에서 두바이 내수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지만 채무지불유예 발표가 두바이의 끝이 아니라는 게 두바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또 두바이 정부 뒤에는 아부다비 정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한국 기업인들은 낙관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중심 역할을 하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중 두바이가 무너진다면 이는 결국 아부다비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두바이가 아부다비의 영향력에 점점 편입되는 헤게모니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두바이 정부가 빚잔치를 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두바이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이미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상승탄력은 떨어지겠지만 이미 바닥을 친 만큼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두바이의 상징인 7성 호텔 버즈 알 아랍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팜주메이라 주변에 위치한 아틀란티스호텔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고급 식당가도 북적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지난해 말 터진 글로벌 신용경색 전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발길이 뚝 끊긴 것은 아니었다.

두바이에 법인을 둔 한 한국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침체와 더불어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로 인해 두바이 내수경기가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차분히 두바이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 수입자동차를 판매하는 한 딜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올해 두바이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고 내년에도 차 판매가 늘 것 같지는 않다”며 “최악의 경우 내년 두바이 자동차 판매가 2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일 두바이 38주년 건국기념일에 만난 또 다른 한국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두바이 사태로 인해 축제나 다름없는 건국기념일이 차분히 지나가고 있다”며 “이번 두바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인들은 여전히 통치자인 셰이크 무하마드를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치자가 여전히 국민적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두바이 사태가 어떻게 진화될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fncho@fnnews.com

■사진설명=2일(현지시간) 최근 두바이의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잔뜩 흐린 날씨 너머로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두바이'가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채권단에 채무지불유예를 요청한 두바이의 국영기업 두바이월드는 현재 26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구조조정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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