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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로봇대상] 유공자 부문 대통령상/오준호 KAIST 교수



8년 전 지능로봇이 10대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되고 우리나라에 로봇연구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는 시기에 휴머노이드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 아시모의 위세에 감히 어느 나라도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지난 2002년 단 5000만원으로 ‘KHR-1’을 만들었다. 이듬해 3월 40년 만의 폭설로 마비된 경부 고속도로에 10시간 동안 갖혀가며 겨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 도착해 조그마한 구석 부스에 ‘KHR-1’을 풀어 놓았다. 머리도 손도 없는 2족 보행 로봇이었지만 훌륭하게 보행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었다. 이렇게 휴보의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로 연구시작 3년 만인 지난 2004년 휴보가 탄생했다. 휴보 개발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로봇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200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로봇학술대회에서 발표장을 가득 메웠던 각국의 학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어떻게 짧은 기간에 적은 예산으로 인간형로봇을 완성할 수 있었으며 그 기술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였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술은 그간 독자적으로 축적해 온 것이며 일본이 아시모를 만들었는데 우리는 왜 못하겠는가”였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대답일 것이다.

이제는 많은 후발국은 물론이고 기술선진국들조차 우리의 기술과 저력에 관심을 보이고 배워가려 하고 있다. 그들의 기술에 비해 ‘과연 우리가 얼마나 해 낼 수 있을까’ 스스로 자문도 해 본다. 또 국민적 관심과 로봇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최선을 다 해 온 지난날들이었다. 결과가 당초 목표에 다소 미치지 못해 국민으로부터 지적도 받고 국가 성장동력원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질책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합심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인정받는 로봇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상으로 격상된 로봇대상의 첫 영광이 필자에게 돌아온 것에 대해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온 모든 로봇인들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쌓아 온 보이지 않는 노력과 결과가 앞으로 10년, 20년 후 본격적인 로봇의 시대를 여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