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0월 일본 전자업체 샤프는 “액정표시장치(LCD) 제품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샤프 간 특허권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후 두 기업은 서로간 맞소송을 벌이면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샤프는 2건의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받은데 이어 6월 1건의 특허침해에 대한 본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도 지난 6월 샤프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받아 상호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이번에 다시 삼성이 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4일 또 다시 “LCD 관련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샤프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물고 물리는 글로벌 전자업체간 특허권 전쟁의 한 단면이다. 특히 글로벌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한국 전자기업들에 대한 해외 경쟁사의 ‘딴죽 걸기’식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간판급 전자기업들이 해외 경쟁사와의 물고 물리는 특허소송에 휘말려 진땀을 빼고 있다.
특허소송은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기업에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비롯해 주가 하락, 매출 감소, 인적·물적 비용 부담 등 막대한 직·간접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 중 해외 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은 특허 피소를 당하는 곳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 휘말린 특허소송만도 38건에 이른다.
그중 2년여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일본 샤프간 LCD 특허 분쟁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샤프를 제소한데 이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두 회사간 특허분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LCD의 측면 시야각 개선 특허기술’과 관련 소송에서 ITC가 샤프의 손을 들어준데 대한 역공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은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미국 스팬션과도 플래시메모리칩 관련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 4월 플래시 메모리 크로스라이선스(특허상호계약)에 합의했지만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어 원점에서 돌아간 바 있다.
LG전자도 지난 5년간 29건의 특허소송에 휘말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 지난해 1월 미국 월풀이 ITC에 5건의 특허 침해를 이유로 LG전자 냉장고의 미국 내 판매 및 수입금지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적극적으로 특허 무효 증거를 제출하는 등 공세적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월풀이 소송 이전에 법률적 검토를 태만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올해 10월 재심 판결서 승소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시장 라이벌인 대만 기업들로부터 집중적으로 특허소송을 당하고 있다. 먼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6년 대만 CMO로부터 LCD 제조 방법과 관련해 특허권 소송에 피소됐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곧바로 맞소송을 전개하는 등 양측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7년 대만 AUO와도 LCD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 중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이닉스도 경쟁사인 미국 램버스로부터 3억9700만달러가 걸린 D램 관련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하이닉스 역시 올해 4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김광준 삼성전자 IP법무그룹 상무는 “날로 해외 기업과의 특허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특허남용 방지 포럼이나 가이드라인 등 공동 대응 움직임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좀 더 효과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