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에서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자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이 날로 천박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직 사퇴 ‘3인방’의 국회의장실 점거와 국회 경위들을 동원해 이들을 끌어낸 사태로 여야 모두 발끈했다.
권위를 내팽개친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외교통상통일위 폭력 사태, 미디어법을 의결하면서 빚어진 아수라장도 국민 눈에 선하다.
국회 권위 추락은 입법부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에서도 비롯된다.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 검찰로, 법원으로, 헌법재판소로 달려가 서류봉투를 내미는 의원들의 부끄러운 손은 목불인견이다.
미디업법의 효력을 둘러싸고 여야가 해석을 정반대로 하면서 싸우기를 한달여. 이석연 법제처장이 국회에 출석해 헌재 판결의 뜻풀이를 한 마디하자 수권정당과 제1야당의 희비가 오락가락했을 정도다.
또 입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니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 심의만 봐도 법정시한 안에 끝낸 적이 별로 없어 오히려 법을 지키는 게 비정상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국회 밖에 있다. ‘권위 회복’ 운운하는 것은 국회 안에서만 얘깃거리가 될 뿐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서 아무에게나 물어봐도 국회의원에게 아직 권위가 남았다고 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여야 모두 ‘권위 회복’를 말하면서도 화살은 늘 상대방을 향할 뿐 자숙하는 말은 들리지 않으니 국민도 이미 기대를 접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하나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국회 선진화 법안을 만들어 국회 내 폭력을 처벌하고 의원직 제명까지 명시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법은 또다른 멱살잡이의 불씨가 됐을 뿐 이미 ‘선진화’와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진심성 있는 해결책은 얼마를 더 기다려야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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