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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 이촌동,급매물 거래만 ‘찔끔’



“지난 11월 말부터는 가격을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휘청거렸던 지난해 10월에도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왕궁아파트 103㎡가 9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어요.”(서울 용산구 이촌동 서울공인 관계자)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서부이촌동 포함) 방침 확정과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 ‘특급 호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시장은 되레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계절적인 비수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데다 용산구 일대는 그동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구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 일대 주택시장에는 지난달 말부터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4일 기자가 찾은 동부이촌동의 중개업소 사무실 유리창에는 ‘급매물’이라고 쓰인 시세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주요 거리를 중심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시세표 부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여전히 시세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표가 없으면 투자자들이 선뜻 사무실로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매수세가 끊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촌동 렉스아파트 인근의 서울공인 관계자는 “개발계획이 쏟아지면서 집값을 문의하는 전화는 많은데 실거래는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때문에 되도록이면 싼 물건을구하려다 보니 시세보다 20% 안팎 낮춘 급매물만 일부 거래 된다”고 전했다.

동부이촌동의 주요 재건축아파트로 손꼽히는 왕궁아파트는 103㎡는 현재 9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기 이후에도 10억원 이하에는 매물을 구하기 힘들었다. 시세보다 낮춘 저렴한 급매물이 쌓이고 있고 급매물 가격도 갈수록 낮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격이 낮은 물건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거래 가격은 하향 조정되고 있다. DTI규제 확대 이후 매수우위의 장세로 전환되고 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물을 찾는 수요자들 중 가격을 더 낮추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 2일 서울시가 이촌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을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촌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늘었지만 매수세로는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현지 신한공인 관계자는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용도가 상업지역 상향조정되더라도 기부채납 비율이 관건”라며 “연한을 무시하고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에 용적률 상향 가능성을 묻는 집주인들의 문의전화는 많지만 크게 동요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한 동부이촌동 현대맨션도 약세다.
지난 9월 9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122㎡는 현재 8억원 초반대에 매물이 나와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사진설명=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시장이 각종 특급 개발호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속히 냉각되면서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정부의 각종 규제에다 그동안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급매물 시세표가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중개업소 밀집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