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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골프 한일전 승리이끈 주장 이지희 “부상 괜찮아요”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6 15:59

수정 2009.12.06 15:59

▲ 4일 열린 한일전 첫날 경기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이지희/사진 제공 KLPGA
“살면서 이렇게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5일 일본 오키나와현 난조시 류큐GC(파 73·6550야드)에서 막을 내린 ‘교라쿠컵 한일여자프로골프 대항전(총상금 6150만엔)’에서 한국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장' 이지희(30·진로재팬)는 대회 직후 생각지도 못했던 두 가지 경험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한·일전에서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경험 부족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딛고 한국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

이지희의 통솔 아래 첫 날 경기에서 10승2패를 기록하며 일본 팀을 압도한 한국 팀은 둘째 날 경기에서 4승1무7패로 뒤졌지만 최종 성적 14승1무9패로 승점 29점을 획득, 19점에 그친 일본 팀을 여유롭게 물리쳤다. 2007년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패한 뒤 2년만에 일봄 팀에 설욕하며 우승컵을 되찾아온 한국 팀은 통산 전적에서도 5승1무3패(1취소)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지희는 “올해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는데 후배들이 정말 잘 따라줬다”며 “대회 전에는 출전 선수 대부분이 한·일전 경험이 없어 열세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3명이 성격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주장을 맡은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하게 돼 개인적으로 명예롭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에 도취된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한데 모여 주장 이지희를 헹가래 치는 과정에서 땅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떨어지면서 시상대 철제 모서리에 왼쪽 허리를 부딪힌 이지희는 시상식 도중 잠시 정신을 잃었고 라커 룸으로 이동한 뒤에도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면서 결국 들 것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엑스레이와 MRI 검사를 받고난 뒤에야 5일 밤 퇴원한 이지희는 현재 허리 부위에 심한 타박상과 함께 근육이 약간 손상된 부상을 입은 상태. 하지만 뼈나 신경에는 이상이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지희는 “떨어지는 순간 ‘앞으로 운동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깜짝 놀랐다. 어떻게 시상식을 하고 라커룸에 갔는지 모르게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다.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고 큰 부상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진정됐다”며 “후배들이 밤에 방으로 찾아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다음에 또 헹가래 치려거든 미리 연습해보고 던지라고 웃으며 말해줬다”고 전했다.

6일 오후 집이 있는 오사카로 이동한 이지희는 이번 주 내에 계획을 앞당겨 귀국할 예정. 2004년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해 1년간 고생하기도 했던 이지희는 당분간은 운동을 접고 상태를 주시할 계획이다.


이지희는 “주장으로 첫 우승 경험을 하고 헹가래를 받다가 떨어지는 경험을 동시에 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에 사고를 당해 경황이 없었지만 이만 하길 정말 다행이다.
이번 대회는 여러 면에서 정말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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