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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강,정부 입김 벗어나 ‘무한경쟁’



정부가 내년부터 KT-SK텔레콤-통합LG텔레콤 등 통신 3그룹을 모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정해 동등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갖추기 위해 정부가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을 KT(옛 KTF)나 LG텔레콤보다 강력히 규제해 후발사업자를 육성했던 유효경쟁 정책이 13년 만에 대전환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자 등 새로 통신시장에 진입하는 업체에 규제를 줄이고 지원책은 늘려 3개 그룹이 주도하는 국내 통신시장을 다자간 경쟁구도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1997년 이후 유지해 온 유효경쟁 정책을 전면 수정, 3개 통신그룹을 동등하게 규제하는 ‘신 유효경쟁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연내 경쟁정책 수정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표도 만들었다.

‘신 유효경쟁 정책’의 골자는 KT와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을 모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정하는 것. 지금은 KT의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이동전화만 지배적사업으로 정해 다른 통신업체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3개 그룹 모두를 지배적 사업자로 정한다는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때문에 지금까지는 KT가 시내전화 요금제를 새로 만들 때나 SK텔레콤이 새 이동전화 요금을 만들 때 일일이 방통위의 인가를 받고 다른 사업자는 간단한 신고로 새 요금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해 업체별로 차등적인 규제가 적용됐다. 앞으로는 모든 통신사업자가 기존 요금보다 싼 요금제를 출시할 때는 인가받지 않고 신고제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호접속료도 SK텔레콤의 이동통신망은 분당 33.41원을 쳐주고 KT 이동통신망은 38.71원, LG텔레콤은 39.09원으로 비싸게 쳐주던 기존 요율제를 개선해 3개 통신그룹의 접속료 차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접속료는 2년마다 계산하기 때문에 내년 말 접속료 계산에 ‘신 유효경쟁 정책’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전파사용료도 그동안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은 전파사용료를 가입자당 1년에 2000원씩 정부에 납부하는데 후발사업자인 옛 KTF와 LG텔레콤은 가입자당 1640원씩 납부해 왔지만 앞으로는 동등하게 조정될 전망이다.

또 설비제공 의무도 3개 통신그룹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지금은 KT의 유선전화망과 SK텔레콤의 이동전화망은 다른 사업자가 접속을 요구하면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다른 사업자에게는 이런 의무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모든 통신업체가 상호접속 의무를 지게 된다.

방통위가 13년 만에 유효경쟁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이유는 KT·KTF 합병에 이어 내년 초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합병으로 국내 통신시장이 3개 대형 통신그룹 간 융합서비스 경쟁으로 바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융합서비스 경쟁을 벌일 통신 3그룹은 더이상 정부의 지원 없이도 동등한 경쟁이 가능해 보인다”며 “기존 후발 통신사업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새로 시장에 진입할 신규사업자 지원으로 전환하는 게 통신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권해주기자